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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s MPW ¦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카카오 핵심 멤버에서 O2O 창업가 변신

“세 아이 워킹맘의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카카오에서 유료 이모티콘 사업 모델을 개척한 잘 나가던 워킹맘이 돌연 창업을 선택했다. 안정 대신 도전을 선택한 그는 청소 O2O 플랫폼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IT 업계에서 떠오르는 젊은 여성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를 만나봤다. /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생활연구소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생활연구소라는 사명부터 독특하다. 회사 이름만으론 정확한 주력 사업을 알기도 어렵다. 배경지식 없이 이 회사를 접하는 독자라면 ‘생활 속 무언가를 연구하는 회사’라고 정체성을 추측할 수도 있을 법하다.

이렇게 생각한 독자들이 있다면 정확한 추리를 한 것이다. 생활연구소는 ‘종합 홈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한다. 보다 편리한 가사생활을 위한 서비스를 연구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생활연구소가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이다. 실제로 생활연구소에서 현재 선보이고 있는 주력서비스는 ‘청소연구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청소’와 관련된 서비스를 연구한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말한다. “청소연구소는 바쁜 현대인들의 청소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탄생한 서비스입니다. 모바일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을 기반으로 청소 매니저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거죠. 청소 외에도 생활연구소가 가사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이 있다면 꾸준히 선보일 계획입니다. 지금도 생활연구소는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우리의 생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2017년 3월 출시됐다. 그러나 기자는 꽤 오래전부터 ‘청소연구소’라는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었다. ‘청소연구소’는 예전부터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출시가 기대되고 있던 O2O플랫폼 서비스 중 하나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청소연구소의 뿌리가 카카오였기 때문이다. 사실 청소연구소라는 아이템은 카카오의 O2O사업본부 내에서 출시를 준비했던 사업 중 하나였다. 당시 청소연구소의 이름은 ‘카카오 홈클리닝’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O2O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카카오의 전략은 자체적인 O2O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카카오가 자체 개발해 선보인 ‘카카오택시’는 콜택시업계를 넘어 전반적인 O2O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연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저는 카카오 이모티콘의 유료 사업모델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성공적으로 유료 모델을 론칭하며 사내에서 신임을 얻기도 했죠. 그러다 업무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던 중 카카오택시의 성공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당시엔 내부적으로도 O2O 서비스를 주력 사업 모델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적 시도를 하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O2O모델을 찾던 중 청소 시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화가 아닌 모바일 플랫폼으로 가사도우미를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라면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사업화 준비에 돌입했어요.”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 니즈를 확인했다. 기존 인력중개소를 통한 가사도우미 매칭의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세련된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특히 카카오에서 청소 O2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향후 파급력을 분석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단 출시만 되면 카카오택시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관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타났다. 별안간 서비스 출시 자체가 백지화됐다. 이유는 기존 O2O 사업의 수익모델 부재였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등 직접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걸고 O2O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직접 프로젝트 팀을 꾸려 사업을 론칭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방식의 O2O 사업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화제성 측면에선 만족스러웠지만 수익을 내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더구나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과의 갈등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O2O 사업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우선 기존에 준비하고 있던 O2O 프로젝트가 전면 백지화됐다. 연 대표가 준비하고 있던 청소 O2O 서비스도 그 중 하나였다.

연현주 대표는 말한다. “당시 눈앞이 캄캄했니다. 하지만 그대로 회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손을 놔버릴 순 없었어요. 열심히 준비한 게 아까웠으니까요. 무엇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청소 O2O 시장을 그냥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퇴사를 결정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만큼은 상용화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죠. 그때부터 창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결심이 선 연현주 대표는 즉각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찾아갔다. 연 대표는 김 의장에게 이 아이템을 활용해 창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카카오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된 아이템이었기에 내부 관련자들의 승인부터 받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

김 의장이 보인 첫 반응은 만류였다. 원하는 사내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이든 맡기고 지원하겠다며 재고를 권유했다. 하지만 연 대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김 의장은 연 대표의 도전을 응원하며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마음이 맞는 직원들과 함께 카카오를 퇴사한 연현주 대표는 2017년 ‘청소연구소’를 창업했다.

청소연구소는 청소 매니저와 고객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연결해준다는 측면에서 기존 청소 O2O 플랫폼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선 차이가 엿보인다. 우선 매니저 교육부터 실제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모든 매니저에겐 자체 청소도구, 앞치마 등을 제공해 소속감을 높였다. 청소시간, 서비스 범위 등을 명확하게 정해 청소 작업의 효율성도 제고했다.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작업 지시에는 명확히 거부 의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존 서비스에선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청소연구소는 전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매니저 육성과 지원을 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월 120시간 이상 근무자에게 교통비와 식대 명목으로 월 10만 원의 업무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인센티브 정책을 바탕으로 현재 2,200명 수준인 매니저 숫자를 1만 명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연 대표는 “30대 초반부터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지원자들을 청소연구소 매니저 교육을 통해 정식 선발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수도권을 넘어 부산, 대구 등 지방으로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존 플레이어들과는 다른, 청소연구소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기존 O2O 플랫폼 시장의 성공 방정식에는 없던 키워드다. 지금까지 O2O 플랫폼 사업자들은 대부분 ‘서비스 범위’와 ‘서비스 퀄리티’에만 집중했다. 더 많은 지역에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대다수 플랫폼 사업자들은 고객과의 첫 번째 접점인 애플리케이션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서비스’가 성공을 담보한다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현주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생각하는 O2O의 무대는 ‘고객과 사업자의 신뢰 없인 성공이 불가능한 시장’이었다. 그리고 고객과 사업자 사이의 접점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연 대표는 고객이 O2O 서비스와 처음 만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곧 첫 인상이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연 대표는 말한다. “기존 사업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그저 ‘예약의 수단’으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능을 추가한다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청소 상황을 직관적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제, 환불, 적립금 확인 등도 애플리케이션에서 편하게 할 수 있죠. 저희는 이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역할에 주목하고 공을 들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저희가 고객 뿐만 아니라 매니저들을 위한 별도의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니저들도 앱을 통해 자신의 스케줄 관리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죠. 이처럼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관리해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연현주 대표에겐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전도유망한 O2O 회사 대표, IT 업계에서 성공한 젊은 여성 리더,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세 아이의 엄마’다. 그가 ‘워킹맘’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세 아이, 그것도 개구쟁이 아들만 세 명이라는 사실에 짐짓 놀랐다. 여전히 여성이 좀 더 많은 짐을 지는 게 당연시 되는 사회 현실에서 세 아이 워킹맘이 직장 생활과 창업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그에게 성공한 IT업계 여성 리더로서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멘토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 역시도 결혼과 출산, 퇴사와 창업 등 모든 순간에서 고비를 마주했습니다. 그때마다 회사 상사, 지인, 남편 등 많은 분들이 저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응원해줬죠. 제가 도전을 멈추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도 줬습니다. 난관에 봉착할 땐, 스스로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롤 모델로 삼을 수 있거나 신뢰할 수 있는 멘토를 찾아 많은 얘기를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도 선배로서 예비 여성 창업가나 사회생활을 하는 후배 여성들이 보다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생활연구소는 ‘종합 홈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청소뿐만 아니라 실버케어, 베이비시터 등 다양한 범위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미 청소연구소 운영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 만큼, 연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연현주 대표는 말한다. “현재 청소연구소의 재사용률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저희는 서비스 품질면에서 고객들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고객들에게 청소연구소의 가치와 서비스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생활연구소의 도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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