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 대외 불안에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전략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공격적으로 상승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더 추스르자’는 심리에 안전 투자처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진 최근 한 달 새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레버리지 인덱스 펀드’와 ‘초단기채권 펀드’ 상품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 성향을 극대화하거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자 성향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인덱스주식 펀드가 1조1,623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특히 지수 상승 장에 2배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들이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손해를 볼 위험도 크지만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자가 늘었다는 것. NH-아문디 자산운용의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의 설정액이 1,243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 457억원, ‘NH-Amundi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 25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레버리지 상품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큰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ETF(주식-파생)’은 지난 한 달 간 14.34% 손실을 냈음에도 자금은 5,118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당분간 증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안전 투자처를 찾아가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최근 한 달 간 초단기채권 펀드 설정액은 943억원 증가했다. 지난 한 주에는 2,400억원이 순유입 됐다. 초단기채권펀드는 만기가 6개월 이내인 국채와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다. 만기가 짧은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인기가 높아진다.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이 2,264억원으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현대인베스트먼트단기증권투자신탁 1(채권)’과 ‘KB스타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운용)’이 각각 465억원과 83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일반채권과 국공채권은 각각 2,123억원과 18억원 줄었다.
강진원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이사는 “성향에 따라 투자 행태가 양극화되는 분위기”라며 “여기에 더해 시장 전반에서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이 많아지면서 금리에 대한 위험을 적게 질 수 있는 회사채 등을 담으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6일 국내 증시는 오히려 소폭 오른 채 마감했고, 미국 증시도 6월 고용지표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로 전환됐다. 긍정적으로 보면 투자 심리가 개선돼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우려 역시 가시질 않은 상황이다. G2 양측이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고, 본격화된 2·4분기 실적 시즌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과감한 베팅 보다는 신중함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때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변동 폭의 두 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만큼 손해를 두 배로 볼 수도 있다. 최근 며칠처럼 예상하지 못한 급락장이 오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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