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2일은 제헌 헌법이 제헌 국회에서 통과된 날이다. 7월17일은 이 헌법이 공포된 날이다. 지난 1948년의 일이다.
당시 유진오 박사 등이 기초한 제헌 헌법안은 내각제였다. 이 내각제안이 대통령중심제로 바뀐 것은 이승만의 고집 때문이었다. 대통령 선출이 확실시됐던 당시 국회의장 이승만은 대통령중심제를 하지 않으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그래서 다수의 동의를 받고 있던 내각제가 물 건너갔다. 이승만 대통령의 불행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관철시킨 대통령제에서 비롯된다.
만약 내각제가 채택됐다면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각제는 성공했을 수도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각제가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각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헌정사를 볼 때 권력 남용에서 자유로웠던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 자신이 권력 남용을 주도하거나 누군가가 호가호위한 것이다. 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이 동시에 감옥에 갇힌 불행이 그것을 증명한다. 선의의 대통령도 제도를 세밀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권력을 절제하고 민주적으로 사용하고자 해도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인 것이다.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고자 하니 대통령제를 바꿀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 제도가 70년간 국민에게 익숙해졌다는 것도 감안할 일이다. 그렇다고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수하는 것 또한 과거의 불행한 사례들로 봐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 결론은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헌법 개정 토론회에 가 보면 권력구조 개편이 가장 큰 이슈이고 뜨거운 감자다.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안, 권력기관장의 임명권을 제한하는 안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다른 견제장치는 일단 제쳐 두고 내각제 요소인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안을 소개한다. 특정 당의 안임을 밝힌다.
국회가 대통령에게 임기 2년의 국무총리를 추천한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가진다.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국무총리를 해임할 수 있다. 통일·외교·국방 분야의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다른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가 없어도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해임할 수 있다. 새로운 총리가 임명되면 전 총리가 제청한 국무위원은 일괄 해임하고 새로운 임명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만 돼도 제왕적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국민은 국정이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헌법 개정을 원하고 있으니 이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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