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용 닙과 화장품 브러시를 개발하는 진주메이트의 최성호(58)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을 꿈꿔 2013년 한국산업기술대(산기대) 예비창업자 과정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6개월은 걸렸다”며 “자본을 소진해 친구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연구개발(R&D)의 결실로 2년 전 연 매출 10억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총 12억원을 벌고 벤처기업인증까지 얻었다. 그는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금을 적절하게 투자했던 것 같다”며 “2015년엔 공장도 지었다”고 전했다. 현재 창업보육센터에 들어와 있는 최 대표는 “산기대는 시흥 일대에서 가장 저렴한 창업공간”이라고 입주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시화공단을 대표하는 신사업 창업 플랫폼 중 하나다. 1986년에 설립된 이후 인프라 노후화, 값비싼 임대료, 산업의 영세함으로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는 시화공단에서 기술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데 있어 산기대의 역할이 중요한 배경이다. 실제로 산기대는 2000년부터 창업보육센터를 열었으며, 2015년엔 창업지원본부로 규모를 확대했다. 산기대를 졸업한 업체는 230곳에 달한다.
지난해 산기대에 들어온 노비스텍은 2016년 한 인터넷공유기 전문업체 출신들이 모여 창업한 업체다. 이 회사는 해상사고나 전통시장 화재 등에서 즉각적인 재난대응이 가능케 하는 900MHz대 광역통신망을 개발하고 있다. 이승진(44) 노비스텍 대표는 “저희가 쓰는 무선통신장비가 최대 2,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데 학교에선 이를 저렴하게 쓸 수 있다”며 “교내 교수들과 협력하는 것도 큰 도움”이라고 말했다. 노비스텍은 지난해 3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산기대 창업보육센터를 졸업하고 시화MTV에 정착한 환경설비업체 성진엔지니어링은 기술개발로 데스밸리를 돌파하고 있다. 이곳의 주력 제품은 원심탈수기다. 탈수기는 폐수처리 최종 단계에 쓰이는 장치로, 폐수 정화 이후 남은 오염물질인 슬러지(sludge)에서 물을 빼내는 기계다.
성진엔지니어링은 기존 제품에 비해 처리 후 슬러지의 함수율을 10% 낮춰 처리비용의 3분의 1을 줄였다. 슬러지 안에 수분이 많을수록 부피와 무게도 늘어나 최종 폐수처리비용도 높아진다. 바이오 물질과 플라즈마를 동시에 투입한 복합탈취기도 개발했다. 탈취기는 환경폐기물의 냄새를 없애는 장치로, 일반적으론 바이오 물질만 쓴다.
이 회사의 김은수(44) 대표는 “탈취기 개발을 위해 음식물 폐기장 지하 2층에서 샘플을 퍼내고 그곳에서 잠까지 잤다”며 “처음 3년 동안엔 연구개발 비용만 들고 돈도 잘 안 들어와 포기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환경설비 업계에선 발로 영업을 뛰어 매출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희는 순수하게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다”며 “신제품이 개발되면 한 2~3년 뒤엔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며 추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먼저 신제품을 개발해 독자적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흥=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