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위험에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치유와 용서를 담고 싶었습니다. 트럼프와 푸틴이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빛의 마술사로 꼽히는 브루스 먼로(59)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예술의 힘을 강조했다. 유럽과 미주에서 주로 활동해온 작가는 오는 27일 조천읍 일대에서 개막하는 제주라이트아트페스타(제주 라프)에 참여하면서 아시아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CNN 선정 ‘가장 아름다운 전시 10’, 보그紙 선정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전시’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그의 작품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박물관인 옥스퍼드의 애쉬몰른(Ashmolean) 박물관 등 전 세계의 유수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먼로는 ‘평화의 섬 제주-빛과 바람이 분다’를 주제로 2만1,500개의 빛나는 바람개비를 제주 조천읍 일대에 설치했다.
그가 제주에 설치한 작품명은 ‘오름’. 먼로는 “제주의 바람, 돌, 해녀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특히 오름은 제주에서 특별한 곳”이라 강조했다. 그는 이어 “2만1,500개의 바람개비가 88개의 원형 띠를 이룬다”며 “재활용이 되는 소재를 이용해 자연과 하모니를 이뤘다”고 밝혔다.
‘오름’과 더불어 ‘워터 타워’도 만나볼 수 있다. 라이얼 왓슨의 저서 ‘인도네시아 명상 기행’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추상적으로 표현한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먼로는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할 때 쌓여있던 병들의 모습을 보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며 “병 속의 물이 렌즈 역할을 해 왜곡시키는 모습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익숙해서 더욱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이 이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먼로는 “작품을 접하면 전두엽이 활성화되며 감정이 극대화할 것”이라며 “가족·연인·친구와 그저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둠 속에서 희망처럼 빛나는 작품이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제주 라프에는 브루스 먼로의 작품 외에도 젠 르윈, 탐 프루인, 제이슨 크루그먼 등의 대표작들도 야외 전시공간에 설치된다. 전시기간은 오는 27일부터 10월 24일까지. 특히 6,000여평의 대지에 설치된 ‘오름’은 전시기간이 끝난 뒤에도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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