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의 2·4분기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예정인 가운데 상반기에도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부분 금융사의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9일 KB금융을 시작으로 20일에는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이, 24일에는 신한금융이 2·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은 2·4분기 9,400억원가량의 순이익으로 1위를 수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은 8,800억원대로 예측했다. 지난 1·4분기 KB금융은 9,682억원으로 신한금융(8,575억원)과 약 1,000억원가량의 차이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이 올해 들어 중소법인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성장세가 꾸준한 점을 주목했다. 아울러 이자수익뿐 아니라 비이자수익도 안정적인 증가세가 이어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1위 자리를 차지한 뒤 “진정한 리딩뱅크가 되려면 30%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해왔다. 또 2020년까지 전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계열사에 전파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절한 타이밍에 현대증권과 LIG손해보험을 인수합병(M&A)해 몸집을 불린 윤 회장이 앞으로는 글로벌 부문과 비은행 부문에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6,181억원)과 우리은행(5,242억원)의 당기순이익도 각각 지난해보다 9.6%, 12.4% 증가한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반적으로 금융사들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순이자마진(NIM) 개선세가 경쟁 은행 대비 뚜렷하다.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리 상승기 예대마진이 늘어 이자이익이 커진 점과 함께 일회성 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와 STX엔진 매각에 따른 대손충당금 환입으로 2,000억원 이상을, 하나금융은 근저당 말소 소송 관련 편입액으로 500억원 정도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WM) 분야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개선세가 뚜렷해 사상 최대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는 가장 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9% 정도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4분기 신한카드 대손충당금 산출방법 전입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다. 특히 그룹에서 10% 비중을 차지하는 업계 1위 사업자인 신한카드의 수익이 떨어지는 게 고민거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리딩금융그룹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계획한 대로 꾸준히 스텝을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융권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들여보며 은행들의 이자장사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향후 시장금리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NIM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대출이 늘어나고 굵직한 구조조정이 끝나 대손충당금 부담을 덜었음에도 투자자들은 규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