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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실 생명硏 명예연구원 "생명 기원·의미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 됐으면"

한국인 과학자 첫 SF소설 '실리콘 디코디드' 영문판 선봬

수십년간 매달린 생명공학 소재

과학자로서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DNA 실체 대중에 설명하고 싶어

연구실 경험 토대 쉽게 풀어 써





“생명공학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공상과학(SF) 소설이 생명의 기원과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평생 생명공학을 연구해온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을 보완하고 영어로 번역해 최근 아마존에 출간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과학자가 쓴 최초의 영문판 소설이라고 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이대실(69·사진) 명예연구원이다. 그는 지구 생물의 유전물질과 외계 생명체의 규소 기반 유전정보를 통해 생명의 기원과 정보에 대한 일반 개념을 제시하는 소설 ‘실리콘 디코디드’를 지난 2013년 출간했다. 연구실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써 ‘생물학 실험이 낯선 이들도 어떤 식으로 실험하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풀어놓은 책’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번에 한글 개정판과 영문판을 내놓으면서 DNA 유전정보를 지구생물에 국한하지 않고 외계 생명체로 확대했다. 영문판은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이재혁 박사가 번역했고 한글 개정판은 도서출판 한림원에서 출간했다.

이 명예연구원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 화학과 유전공학, 효소공학 실험 노하우를 극화해 만든 DNA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이 소설로 SF영화까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비쳤다.



그는 “과학자로서 SF소설을 쓰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하지만 유전공학, DNA 합성, 효소공학, 탄수화물공학, 미생물 유전체 분석이라는 내 전공을 쉽게 풀어 대중에게 DNA의 실체와 생명공학 연구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캐나다의 명문 맥길대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 후 과정은 노벨상을 받은 하르 고빈드 코라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생물학 교수의 실험실에서 하며 DNA 화학합성을 연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명공학 부문은 생명연으로 독립)에 자리를 잡은 뒤 2010년까지 생명연에서 25년간 근무했고 지금은 연구평가와 기획에 참여하는 명예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줄거리는 주인공 김도이 박사가 해저암석의 호열균(환경미생물)에서 전기화학물성이 좋은 규소고분자 가공효소와 새로운 바이오규소고분자를 찾다가 뜻밖에 이상적인 바이오반도체소재를 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호열균이 수억 년간 규소화합물을 먹고 사는 괴생명체와 공생해 가능한 일이었죠.” 그는 이어 “경쟁사도 호열균을 확보해 바이오반도체소재를 연구하다 호열균의 괴생명체가 뛰쳐나가 흙과 모래를 용해시켜 연구소와 주거지·농경지를 파괴하고 거대한 싱크홀을 만든다”며 “결국 김 박사팀이 괴생명체가 배출한 끈적끈적한 물질(규소 DNA)을 바탕으로 외계 생명체라는 것을 파악한 뒤 증식을 억제할 물질을 찾아 재앙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야기는 규소 DNA를 활용해 차세대 분자반도체소재를 개발해 인공지능 시대의 발판을 마련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박사는 “MIT에 있을 때 유전공학으로 인슐린을 제조하고 재조합 내열성 DNA 복제효소도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DNA 검사시대를 열었다”며 “유전체와 효소공학을 결합해 인공 세포공장을 만들어 일부 가동하다가 정년퇴임을 했는데 이런 경험이 소설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인간도 먼 우주 공간에서 날아온 한 외계 생명체가 아닐까요. 소설 말미에서 김 박사가 규소 DNA의 유전암호 체계가 지구생물의 DNA와 유사한 것을 발견하고 생명의 기원을 생각하게 됩니다. 생명의 기원과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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