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산업  >  생활

"손님 몰릴땐 일회용컵 안쓸수 없어"..유리컵에 주문해도 "이미 동났어요"

■ 매장 내 플라스틱컵 단속 첫날..준비 안된 현장 대혼란
점심시간 등 손님 몰리자 "설거지할 시간도 없어"
묻지도 않고 일회용컵에..유리컵 확보못해 애먹기도
잇단 혼선에 결국 단속 미뤄..가이드라인 재배포하기로

  • 박윤선,변수연 기자
  • 2018-08-01 17:28:29
  • 생활

일회용컵, 환경, 커피

'손님 몰릴땐 일회용컵 안쓸수 없어'..유리컵에 주문해도 '이미 동났어요'
1일 서울 시내 한 커피전문점에 ‘일회용컵 사용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환경부는 당초 1일부터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현장의 혼선이 가시지 않으면서 시행을 하루 미뤘다. /권욱기자

#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유리컵에 주세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유리컵이 부족해서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무조건 일회용컵에 드리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매장 내 일회용 제품 사용 단속을 시작하기로 한 1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 내부에는 10명 안팎의 고객들이 플라스틱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주문을 받을 때 다회용컵 사용을 권유해야 하지만 직원은 고객들에게 테이크아웃 여부도 묻지 않았다. 한 직원은 “유리컵을 주문해놓았는데 아직 안 와서 수량이 부족하다”며 “특히 손님이 몰리는 아침과 점심 때는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1일부터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아침 출근시간이나 바쁜 점심시간에는 다회용컵 제공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점주들은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들쑥날쑥한 단속기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실 이 같은 현장 혼란은 지난 한 달간 실시 된 계도 단속기간에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다. 환경부는 뒤늦게 이날 부랴부랴 세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단속을 2일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손님 몰릴땐 일회용컵 안쓸수 없어'..유리컵에 주문해도 '이미 동났어요'

◇혼란스러운 현장, 유리컵 제공 역부족=당초 환경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단속하기로 한 1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광화문·안국동·시청·서대문 등의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10여곳을 취재한 결과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날 아침에 방문한 안국동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6명과 직장인으로 보이는 고객 5명을 포함한 전원이 일회용컵을 쓰고 있었다. 카페 직원은 “오늘부터 단속인 것은 알고 있다. 유리컵도 다 준비해놓았다”며 “하지만 아침에 갑자기 손님이 몰리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설거지를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고객들이 몰려드는 점심 무렵에는 정도가 더 심했다. 엔제리너스 무교점의 경우 거의 모든 사람이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해당 매장 직원은 “피크시간 때 매장 내 머그잔 구비량이 수요보다 부족해 일회용컵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광화문R점의 경우에도 고객들이 카운터 앞자리에서 버젓이 테이크아웃 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1층에서 커피를 마시는 고객 10명 중 절반가량이 모두 일회용컵이었다. 해당 매장 파트너는 “고객이 테이크아웃 잔에 달라고 한 뒤 매장 내 체류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갑작스럽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련 업체들은 때아닌 ‘유리컵 공수’에 애를 먹고 있다. 전국의 모든 카페·패스트푸드점들이 일시에 머그잔·유리컵을 구하면서 물량을 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2,500곳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디야커피는 매장별로 머그잔 10개, 유리컵 10개를 각각 무료로 지급하기로 하고 총 2만5,000개의 머그컵을 배포했으나 유리컵 2만5,000개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지급 완료를 9월로 미뤘다.

이디야커피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하려고 했지만 유리컵 제작을 원하는 업체들이 쏟아지면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 미국에서 유리컵을 공수하고 있다”며 “점주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우선 8월 중으로 매장당 4개씩 지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예견된 혼선에 환경부 뒤늦게 대응 나서=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단 단속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나 사각지대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컵 대신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다.

아울러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무인화가 이뤄지면서 고객에게 다회용컵 사용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맹점이 있었다. 무인주문기로 음료를 주문하면 일회용컵과 다회용컵을 선택할 수 있지만 고객이 일회용컵을 선택해 매장에서 마시더라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매니저는 “손님들이 무인주문기를 통해 주문할 경우 일회용컵 사용 자제를 부탁할 길이 없다. 무인주문기 옆에 일회용컵 사용 금지 안내판을 부착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자 당초 1일부터 단속을 시작하려던 정부는 이날 지자체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계도기간이던 지난 7월 한 달간 지자체별로 단속기준이 제각각이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일명 ‘컵파라치(일회용품 컵 사용 사진 제보)’를 통한 과태료 부과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현장 점검에서는 머그컵 등 다회용 컵이 매장 규모에 적정하게 비치돼 있는지, 사업주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불가를 확실히 고지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지침도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윤선·변수연·임진혁기자 sepy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