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BMW 차량 화재 사고와 같은 증상을 겪은 사례가 지난해 2월부터 정부에 공식적으로 신고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당시 BMW코리아는 현재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부와 BMW코리아가 최소 1년6개월 전에 결함을 파악했는데도 늑장대응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일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013년식 BMW 320d의 차주 이모씨는 “100km/h 속도로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아도 점점 감속됐고, 결국 보닛에서 연기가 발생해 갓길로 차량을 이동시켰다”면서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켰더니 EGR 쿨러 이상으로 발생한 현상이지만 원인은 찾을 수 없다고 안내받았다”며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했다. 해당 차량은 이번 BMW 리콜 대상 차종이며, 최근 발생한 BMW 화재 사고와 같은 증상을 보여 신고한 것이다. 올해 4월 2014년식 BMW 520d 차주 신모씨 역시 “엔진 경고등 점등과 동반해 출력 저하 현상이 발생했다”며 “EGR 밸브 문제로 확인된다고 안내받았다”고 신고했다. 또 EGR 결함이라는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현재 리콜 대상 차종의 출력 저하와 냉각수 부족 경고등 점등 등 BMW가 최근 밝힌 화재 전조증상을 겪어 신고된 건은 확인된 것만 총 10건에 달한다.
국토교통부와 BMW코리아가 최소 1년6개월 전부터 EGR 결함으로 인한 BMW 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미국 등지에서 BMW차량이 수 만대씩 리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와 BMW코리아가 올해 들어 7월까지 총 27대의 화재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일 BMW 차량의 결함을 최초로 인지한 것이 지난 6월 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BMW코리아는 국토부가 제작결함조사를 지시한 지난달 16일 이후에야 대응에 나섰다. 전면적인 리콜 조치는 올해 7월 26일에서야 이뤄졌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고위 관계자는 “리콜 결정을 내릴 때 차량 한두대의 결함을 보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표본 수가 있어야 제작사에 이야기할 수 있다”며 “지난해 7월부터 제작사의 내부 사고 조사 보고서를 의무 제출하도록 했는데 그 추이를 보다가 올해 6월에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고 리콜 조치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코리아 관계자 역시 “화재 원인이 제각각인데 2017년 2월 신고 건은 EGR 모듈이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이번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고서야 특정 원인을 하나로 꼽고 리콜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상당히 안이한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같은 화재사고가 한 두건만 발생해도 즉각 조사에 착수하지만 한국은 리콜 문제가 1년 동안 난리가 나야 그때 서야 움직인다”며 “징벌적 보상제도도 없고 정부가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제작사들도 한국 법대로 하라며 신경을 제대로 안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운행 자제 권고까지 했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더욱이 BMW의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정부와 BMW코리아에는 비상이 걸렸다. 전날 전남 목포에서 올해 32번째 화재사고로 보고된 BMW 차량의 경우 이미 3일 전에 BMW서비스센터에서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이었다. 늦장 대응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이날 원인 분석에 자동차안전연구원뿐만 아니라 외부 민간 전문가를 최대한 참가시킨 민관 합동 조사팀을 가동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세종=강광우 조민규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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