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이 “대기업이 농촌에 침투하려 한다”는 농민단체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의 하나로 선정된 스마트팜이 ‘반(反)기업’ 정서에 부딪힌 셈이다. 혁신밸리 사업소로 선정된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에서는 사업을 철회하라는 농민단체의 요구에 첫 삽을 뜨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골자는 이미 추진 중인 스마트팜 관련 사업과 연계해 보육센터, 청년 임대농장, 실증단지 등을 집약하는 것이다. 스마트팜 확산을 위한 거점으로서의 역할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소 4곳을 구축한다고 밝혔고 올해 전북 김제, 경북 상주를 선정했다.
청년농 육성과 농자재 기술 개발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농민단체가 집단적으로 이를 거부하는 논리는 결국 LG CNS와 같은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혁신밸리 내에 대규모 온실단지가 들어서 공급과잉에 의한 가격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대기업의 참여나 기업의 생산 분야 참여를 염두에 두고 혁신밸리를 기획했다는 일부의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영세한 농자재 중소기업이 참여해 개발한 신제품과 기술이 향후 값싼 가격에 농촌에 보급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실제로도 전북 김제 혁신밸리에 뛰어든 기업 명단을 보면 복합솔루션에 KT, 온실 구축을 위해 그린플러스티에스팜,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서우엠에스·사이언스팜 등이 참여한다. 통신사업자인 KT는 스마트팜에 필요한 망 구축에 나설 예정인데 대기업이 생산에 나선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다르다. 혁신밸리 내에서 통신·기자재·바이오 등에 참여한 기업은 농가와 경합하지 않는 기반 구축의 형태로 참여한다.
공급과잉 우려도 ‘기우’에 가깝다. 혁신밸리는 2022년까지 7,000㏊의 스마트팜을 보급하겠다는 기존의 보급 목표하에서 구축된다. 혁신밸리 1개소당 20㏊ 정도의 생산단지가 들어서는데 이 정도 규모로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다. 또 단기간에 수급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통해 수출지원도 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좌초된다면 농업에 뛰어든 청년들의 기회마저 날아갈 수 있다. 혁신밸리의 핵심사업인 청년 창업보육센터 실습농장은 최대 20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청년농에게 농지를 임대한다. 초기 자본투자 부담 없이 적정 임대료만 내고도 창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청년농 육성사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혁신밸리 조성을 통해 청년들은 스마트팜 창농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아울러 선도 농업법인이나 기자재 기업 등에 취업하게 돼 농업 청년 유입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존권이 달린 농민들에게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나라 농업 산업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이 불필요한 오해로 인해 지체되지 않도록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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