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영상축사에서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근로자의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못 박았다. 소득주도 성장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한 것이어서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는 말까지 했다. 지지층을 토대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경제를 결국 정치로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이 밝힌 고용통계에 일부 과잉해석이 있는데도 무리수를 둬가면서 낙관적 전망을 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얘기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지난 10년간 한 번도 예외 없이 상용근로자는 늘어왔으며 취업자 수 증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때는 경기가 굉장히 안 좋을 때”라고 지적했다. 상용근로자만 봐도 2011년에 약 60만명, 2013년에도 59만7,000명가량이 늘었다. 증가세는 문재인 정부 들어 30만명대 초중반으로 낮아졌다. 고용률은 지난달 0.3%포인트 빠졌고 취업자 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팩트(사실)’부터 틀렸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설파했다. 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지층의 결집을 토대로 한 돌파의 의지는 곳곳에서 읽힌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56%로 취임 이후 최저치이지만 진보진영 내에서는 “참여정부 때 언론에 휘둘렸다” “지지층을 믿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야당이 일자리·분배 쇼크의 이유로 소득주도 성장을 집중 공격하는 상황에서 지금 포기하면 더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축사에서 문 대통령이 “단 한순간도 광화문에 가득했던 국민의 명령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 것도 핵심 지지층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를 숫자가 아닌 정치로 접근하는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의 고용·가계소득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임 통계청장에 소득분배 전문가인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선임됐는데 이 역시 소득주도 성장을 강하게 밀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세종=김영필기자 민병권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