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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냉소적 방관자의 출현과 대응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9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존 코터 John Kotter 교수는 40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조직 변화에 실패한 기업들의 70%는 무관심한 방관자들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변화를 수용하는 20%와 저항하는 20% 외 60%의 방관자들이 조직변화의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무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신제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조직의 이익은 개인의 이익을 넘지 못한다. 조직의 이익이 타당하다 할지라도 개인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누구든 기꺼이 비겁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개인적 이익을 먼저 챙기는 사람을 무작정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대안 없는 비난과 염치없는 불만 표출, 그리고 도가 넘는 뒷담화를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냉소적 방관자는 반드시 점검되어야 한다.

냉소적 방관자는 갑자기 출현하지 않는다. 조직에서의 경험이 부정적이라면 누구든 냉소적 방관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냉소적 방관자의 출현 배경과 대응 전략에 관해 조직 차원, 리더십 차원, 개인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조직 차원’에서 냉소적 방관자의 출현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공정성 실패’. 동물행동학자인 프란스 드 월 Frans De Waal은 원숭이 실험을 통해 먹이를 공정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원숭이도 불만 행동을 표출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원숭이도 이러한데 사람이라고 차별을 좋아할 리가 없다. 조직의 공정성이 무너지면 구성원의 신뢰도 무너져 냉소적 방관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둘째, ‘자부심 결여’.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면 애사심은 절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조직의 긍정적인 사회 평판과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에게 조직 자부심을 심어주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조직의 대외 명예가 실추되었거나 조직문화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구성원의 애착과 기대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안마저 없다면 조직의 모든 것이 불만사항이 되어 끊임없이 냉소적인 방관을 자행할 것이다.

‘리더십 차원’에서 냉소적 방관자의 출현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리더의 방치’. 버릇없는 자녀는 부모의 방치가 원인일 수 있고 냉소적 방관으로 일관하는 직원은 리더의 방치가 원인일 수 있다. 조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리더의 관심과 개입은 구성원의 의식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전 통보 없이 냉소적 방관자로 돌변하는 구성원은 드물다. 리더에게 불편함을 피력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리더로부터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면 구성원은 침묵 혹은 보복성 회피로 서운함을 되갚고자 할 것이다. 즉 기대할 것 없는 리더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구성원은 리더를 통해 조직을 해석하기도 한다. 리더가 미우면 조직도 미워지는 법이다.



둘째, ‘리더의 갑질’. 리더의 갑질은 구성원의 분노를 낳고 구성원의 분노는 조직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진다. 진화된 저항은 조직을 공격하려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행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냉소적 방관주의다. 리더의 갑질은 구성원의 냉소적 방관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바보 같은 월권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 차원’의 냉소적 방관자 출현은 개인의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첫째, ‘양심 없는 이기심’. 조직에서 얻은 것보다 빼앗긴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 누구라도 조직이 미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직생활을 하면서 억울한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곳이다 보니 누군가는 의도치 않게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손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조직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구성원들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구성원 개인의 의식도 냉소적 방관자를 초래하는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둘째, ‘무능함의 변명’. 자신의 무능함을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다른 핑곗거리를 찾으려는 행위는 조직에서 흔한 일이다. 이런 이들이 냉소적 방관주의에 동참하는 동지들을 확보하게 된다면 자신의 무능함은 어렵지 않게 감출 수 있다. 냉소적 방관자가 아니라 정의로운 양심가처럼 행동하면서 말이다.

이상과 같이 조직에서 냉소적 방관자는 다양한 이유로 출현한다. 그렇다면 냉소적 방관자를 더 이상 양산하지 않고 그들의 냉소적 방관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대응전략은 무엇일까? 냉소적 방관주의를 근원부터 개선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조직 차원’에선 조직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조직 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충분한 정보와 증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조직 내 원칙과 기준을 설정하고 공유해 이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 또 조직에 자부심을 키울 수 있도록 조직문화의 점검과 개선도 필요하다. 경영자의 의지와 신념이 강력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둘째, ‘리더십 차원’에선 임원과 팀장급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직원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관리자가 없는지 점검하고 구성원이 조직에 몰입할 수 있도록 관리자급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또 리더의 갑질은 절대 금물이다. 세상이 변했다. 구성원이 마냥 참던 시절은 갔다. 영리해진 구성원들을 바보 취급하면 리더가 먼저 바보가 된다.

셋째, ‘개인 차원’에선 냉소적 방관자 스스로의 반성도 강력하게 요구된다. 세상의 변화는 조직만의 몫이 아니다. 심리학자인 애덤 글랜트 와튼스쿨 교수는 ‘기브앤테이크’란 책을 통해 ‘주는 자’의 지혜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냉소적 방관자는 주는 자의 긍정적 이상을 학습하고 깨달을 필요가 있다. 손해 보려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기심을 우선하면 작은 손해는 피할 수 있으나 큰 손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진정으로 자신의 지속 발전과 성장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확인해야 한다.

냉소적 방관자는 어쩌면 조직이 만들어낸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순수했던 구성원이 냉소적 방관자로 전락하는 계기를 조직이 제공하고 리더가 초래했다면 조직과 리더는 가해자일 수 있다. 냉소적 방관자를 적대적 인물로만 치부하지 말고 조직이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리더가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냉소적 방관자도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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