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손태승(사진) 우리은행장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본격적인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선다.
손 행장은 서울경제신문이 만든 프리미엄 미디어 ‘시그널’ 론칭을 기념해 지난달 29일 본점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오는 17일부터 영국과 독일 등에서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IR에 나설 계획”이라며 “특히 중동에서는 아부다비투자청 등의 핵심 투자자들과 만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아시아 지역인 홍콩과 싱가포르 IR을 다녀온 뒤 두 번째다. 지주사 전환에 앞서 해외 기관투자가와 연기금 관계자들을 만나 상반기 경영성과를 설명하며 투자 요청 및 주가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외국인들이 최근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지분율이 27%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손 행장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예정대로 10월까지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 7월 금융감독원에 우리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승인이 이뤄지면 내년 초 지주사 전환이 가능하고 출자 여력이 늘어나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내년 이후 국내 대형 M&A 시장에 우리은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실제 손 행장은 M&A에 적극 뛰어들어 비은행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손 행장은 “일단 지주사 전환에 집중하면서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며 “중간 규모 이상의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사 인수와 함께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해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부동산신탁업도 관심을 갖고 있다. 손 행장은 “부동산신탁은 신규 인가보다 M&A를 통한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보험사는 후순위”라고 밝혔다.
손 행장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전 직원의 자산관리(WM) 전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WM 분야와 신탁 부문의 선전으로 수수료 수익이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 8,428억원이던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9,31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5,26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신탁은 980억원, 펀드는 460억원, 방카슈랑스는 450억원을 차지했다. 손 행장은 “펀드와 방카슈랑스는 우리가 1등”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주사가 아니어서 불리한 여건에도 뛰어난 영업력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손 행장은 “외부에서 채용하고 내부 직원 역량을 키워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행장은 최근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으로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에 심취해 있다. 손 행장은 “실리콘밸리 등에서 발굴해 직접 기술력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대형 은행처럼 우리은행의 기술평가 역량을 통해 투자 기업을 선정하고 최종 심사를 거쳐 20개 혁신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기업은 주식,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방식으로 최대 10억원까지 투자를 받게 된다. 손 행장은 “혁신 기업에 대한 자체 평가를 위해 ‘혁신성장센터’를 신설하고 외부로부터 기술평가 및 산업분석 전문인력을 27명 채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올 7월 시중은행 ‘임팩트투자펀드’에 50억원을 출자했고 하반기에는 혁신모험펀드 약 10곳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투자 대상은 기술금융 인정 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창업 초기 기업, 1인 가구 관련 기업 등이다. 투자 결정 금액 1,633억원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의 12.5% 규모에 이른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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