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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현지화로 '신남방' 안착한 시중銀...'세계금융 심장부' 노린다

■금융, 다시 '성장'을 말한다

<3> 동남아 이어 선진금융시장 노크하는 은행들

신한베트남銀 올 당기순익 586억...외국계銀 1위 올라

우리·하나·국민 등도 동남아 소매금융시장서 승승장구

런던·뉴욕에 IB데스크 신설...M&A딜 직접 참여도 추진









지난 3월 서울시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핸즈코퍼레이션 모로코 신디케이트론 딜 클로징 기념식’에서 박의수(왼쪽) KEB하나은행 경인영업본부장, 배기주(왼쪽 두번째) IB사업단장이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하나은행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에서 주요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 1993년 국내 은행 중 현지법인 형태로 처음 해외에 진출한 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8% 증가한 586억원을 기록하며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올라섰다. 오랜 기간 현지업무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안즈(ANZ)은행의 리테일 부문을 흡수해 외형 성장에 나선 덕택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베트남에서도 비은행 부문까지 망라하는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신한카드는 푸르덴셜베트남소비자금융(PVFC)을 인수해 소액대출과 카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 국내 시중은행의 투자은행(IB) 담당 부서는 영국 런던 출장이 잦다. KB국민·신한·KEB하나은행이 일제히 올 하반기 런던에 IB데스크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런던은 유럽 대부분의 딜이 모이는 금융허브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보다 유럽 딜의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국내 시중은행이 동남아시아에서 소매금융 시장을 중심으로 안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해외 IB 사업에도 성장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신남방 리테일 확장 매진=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동남아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행장이 글로벌부문장을 맡을 당시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우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2014년만 해도 73개에 불과했던 글로벌 네트워크가 3년여 만에 413개로 대폭 확장되며 국내 은행 최초로 글로벌 20위권에 진입했다. 이 중 동남아 네트워크는 인도네시아 152개, 캄보디아 126개, 미얀마 37개, 필리핀 22개 등으로 전체 네트워크 가운데 80%를 상회한다.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 필리핀 웰스뱅크,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잇따라 사들여 현지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특히 올 들어 정부의 신(新) 남방정책에 발맞춰 영업 확장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이 한창이다.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은 2014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간 현지법인 통합 이후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인데 현지인 고객 비중이 전체 고객의 90%에 달할 정도로 현지영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대상으로 모기지론을 선보이며 디지털 사업을 통해 소매금융을 키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지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10년 만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재진출했다. 주택금융 노하우를 내세우는 한편 디지털뱅킹도 접목해 빠른 속도로 영업망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이 아시아에 설립한 해외점포 수는 2015년 말 114개에서 지난해 말 129개로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일제히 동남아로 진출함에 따라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인수합병(M&A)과 디지털 등 다양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사업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비이자 모두 충족하는 해외 IB=시중은행들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해외 선진금융 시장에서도 싹을 틔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런던은 물론 미국 뉴욕에 IB데스크를 둘 예정이다. 국민은행의 뉴욕 진출은 다른 은행에 비해 늦지만 초기 단계부터 M&A 주선 업무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5월에도 미국에서 아레스 가스파이프라인과 스타우트에너지 가스발전소 등 인수 PF 금융주선을 두 건 성사시키는 등 경험을 쌓고 있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신한금융의 GIB 조직은 325명의 전문인력을 자랑한다. 올해 초 일본 도쿄와 베트남 호찌민에 신한 GIB 데스크를 신설해 글로벌 IB 거래 업무를 전담하게 했으며 호주·싱가포르·영국 등지에는 ‘글로벌 패스파인더’를 수시로 파견해 시장조사를 벌이며 부동산·기업금융 등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은 5월 베트남 1위 전력장비 업체인 젤렉스(GELEX)그룹과 190억여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주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 IB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런던·시드니·싱가포르·호찌민에 진출했으며 향후 데스크 설치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항공산업의 지속 성장에 대응해 인터피드(Interpid), 에어캐나다, 에미레이트 등 글로벌 항공사의 항공기 금융에 참여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핸즈코퍼레이션의 모로코 현지공장 신축자금 1,600억여원 조달을 위한 신디케이트론 단독주선에 성공했다. 또 북미지역 소재 중견기업 선순위 담보부 대출 투자와 호주 고속도로, 경전철 사업 등에 참여했다.

이처럼 해외 IB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은행권과 금융지주의 화두인 글로벌 및 비이자이익 강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이자이익으로 수익을 더 이상 증대하기 어렵다”며 “해외로 진출해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해외 IB 사업”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업 중 IB 부문만큼은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선진 금융시장에서 IB 업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라며 “IB 업무의 성패는 인적 네트워크가 가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을 두고 사업을 벌이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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