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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종교인 과세 '원년'...제도 안착 뒤에는 김진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31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 종교자유정책연구원·한국납세자연맹·참여불교제가연대 등 8개 시민단체가 “종교인 과세를 즉각 시행하라”고 외쳤습니다. 타깃은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김 의원이 준비와 홍보 부족을 이유로 종교인 과세 시행을 2년 더 늦추자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겁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인 류상태 목사는 김 의원을 꼭 집어 “그럴 거면 의원직 내려놓고 개신교 장로라고 자랑하며 다니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역 끝에 종교인 과세는 결국 원래 예정대로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에게는 지금까지도 ‘일부 보수 기독교계와 짜고 종교인 과세를 반대한 반개혁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반대로 관가에서는 “김진표 의원이 아니었으면 종교인 과세 안착은 힘들었을 것”이란 후일담이 나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올해는 종교인도 정식으로 소득세를 내는 첫해입니다. 1968년 국세청이 처음 추진했다가 종교계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뒤 47년 만입니다.

종교 교직자에게도 소득세를 매기는 법은 사실 지난 2015년 이미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2012년 3월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 이상 미루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40년 간 잠자고 있던 종교인 과세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후 지난한 공방을 거쳐 3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그때도 종교인의 부담과 과세 시스템 미비를 우려해 각종 혜택과 함께 2년의 유예 기간을 뒀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정해진 시작점이 바로 2018년, 올해입니다.

하지만 막상 제도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오자 얘기가 또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 보수 기독교 단체가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냐’고 묻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한 네 명의 후보가 모두 ‘시행을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는 다양한 소득원천과 지급방법에 대해 상세한 과세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행 유예 등을 비롯한 다각적인 정책 방향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5월31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유예 반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총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김 의원이 멨습니다. 종교인 과세를 2020년으로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과세 대상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상세한 납세 기준이 정비되지 않아 종교계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산적한 국정 과제를 안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까지 7개월 사이에는 도저히 상세 과세기준 등을 마련하기 어렵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자유한국당 15명, 민주당 5명, 국민의당 4명, 바른정당 1명 등 총 25명의 의원이 서명했습니다.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오랜 진통 끝에 법제화된 종교인 과세를 또다시 유예해 사실상 법 시행을 무력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걱정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김 의원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습니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로 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을 맡을 만큼 정치권에서도 대표적인 기독교 인사로 꼽히는데다 옛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 수장인 만큼 무게감도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에게 지금까지도 “종교인 과세 반대에 앞장섰던 인물”이란 꼬리표가 붙어있는 이유입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관가의 평가는 전혀 다릅니다. 여론에 놀란 김 의원이 법안 발의 직후 “종교인 과세를 더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입장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시행 유예를 주장하는 보수 기독교계와 일부 의원들을 설득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정상 과세 시행에 큰 힘이 된 것은 물론입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에서는 “최근 들어 정부와 국회가 그렇게 긴밀하게 협업한 일도 흔하지 않다”고 평할 정도입니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7개 종단을 일일이 예방하며 종교인 소득 과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견 수렴을 할 때, 본인도 기독교 신자인 김 의원은 강성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물밑에서 설득 작업을 다녔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등 개별 단체부터 한기총·한교연·한장총 종교인과세 공동대책TF까지 수시로 연락하고 만났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 참석한 김 의원은 “(정부가) 내년부터 과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여론조사는 (내년 시행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국회 대부분 의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국회의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행 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김 의원은 곧 여론의 반발에 따라 과세를 더 미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뜻을 돌렸습니다. 함께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부터 설득하고 나섰습니다. 공동발의 의원 24명 중 2명을 제외한 22명이 종단별 종교인의 명확한 과세기준 확정과 저소득 종교인에 대한 세제혜택 정비, 무분별한 세무조사 방지 약속 등을 전제로 ‘시행 유예’ 주장을 철회했습니다.

당시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으로서 종교인 과세 실무를 총괄했던 김종옥 조세정책과장은 “그때 부총리와 김 의원은 거의 매일 통화하면서 의견을 주고받고 시행 준비절차를 논의했다”며 “부총리만큼 김 의원도 숨은 일등공신”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부총리가 당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예정대로 시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시행 유예 법안을 낸 김 의원이 정부와 엇박자를 낸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과세를 관철했다는 것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예방,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관련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권욱기자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부터 종교인 소득 과세는 정상 시행되고 있습니다. 종교인들이 내야 할 세금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종교인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각종 필요경비 인정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종교인의 세부담은 근로소득자보다 20~40%가량 적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금을 낼 만큼 소득이 많은 종교인도 전체의 20% 수준에 그칩니다. 2013년에 나온 추정치로는 종교인 과세가 시작되면 연간 1,000억~2,000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입니다. 과세 규모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과 조세 형평성을 지킨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큽니다.

김종옥 기재부 조세정책과장은 “종교인 과세를 두고 여전히 논란과 미비점도 있지만 50년 만에 종교인 과세의 첫걸음을 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꾸준히 제도를 다듬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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