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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투자도 정치권이 감놔라 배놔라 하나

광주광역시가 삼성전자에 대규모 미래 성장산업 투자를 요청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1일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을 만나 전장산업과 인공지능(AI) 등의 사업을 광주시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광주공장의 프리미엄 가전 라인을 확장하고 주력 제품 생산시설도 늘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업과 투자 활성화를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기업의 투자 전반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고 구체적인 투자 분야와 증설 여부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도를 넘은 일이다. 더욱이 대통령선거 공약이라며 사회적 책임까지 거론했다니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대선 공약이자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민간에 투자를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입지여건 등을 고려해 광주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지만 상황에 따라 투자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러잖아도 지역마다 대기업 투자 유치 구호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전라북도는 광주에 뒤질세라 삼성SDI 관계자를 만나 군산을 살려야 한다며 전장산업 투자를 요청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군산에 추진 중인 자율주행상용차 전진기지 구축에 삼성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을 주문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군산을 비롯한 전북의 산업 재편을 위해 삼성의 투자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칫 미래산업 투자마저 정치논리에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판이다.



정치권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의 소중한 미래산업이 왜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갖가지 규제에 막혀 신산업을 키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진정 투자 유치에 관심이 있다면 기업의 팔을 비틀기보다 생산환경 개선과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면 지역마다 투자 보따리를 푸는 기업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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