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카드사의 이익 규모를 놓고 카드사와 금융감독원이 정반대 수치를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8개 전업 카드사는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9% 급감했다고 밝힌 반면 금감원은 50.9% 증가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13일 금감원은 올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이 8,101억원으로 전년 동기(5,370억원) 대비 50.9%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지난달 실적공시에서 상반기 순익이 9,66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191억원) 대비 31.9% 감소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플러스가 났다고 한 것이고 카드사들은 역성장했다는 것이다.
상반된 영업실적 발표는 실적을 계산하는 회계기준에 차이가 있어서다. 카드사는 은행 등 모든 금융회사가 실적공시 때 사용하는 회계기준인 IFRS9를 기준으로 발표한 반면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내부 기준에 따라 실적을 계산해 발표했다. 이전에도 카드사는 IFRS 방식으로, 금감원은 내부 감독 기준으로 실적 규모를 산출해 발표해왔는데 이번에는 카드사와 금감원의 이익 규모 차이가 한쪽은 플러스로, 한쪽은 마이너스로 정반대로 나와 논란이 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부터 복수 카드론에 대해서 대손충당금을 30% 추가로 쌓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카드사의 영업실적을 계산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적용된 만큼 당시 당기순익이 대폭 하락했는데 그러다 올해 상반기가 돼 다시 반등해 대손충당금을 덜 쌓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기저효과로 당기순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껑충 뛴 것이다. 반면 카드 업계는 감독규정이 아닌 국제회계기준인 IFRS9 기준으로 당기순익을 집계했다.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관된 IFRS9 기준을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기저효과 등 왜곡현상이 없으며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당기순익이 급감한 게 맞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의 통계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감독규정 영향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일부 왜곡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카드사의 IFRS9 기반의 반기보고서가 더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당기순익이 50% 이상 급증한 것과 관련해 “지난해 감독규정에 따른 회계기준이 변경돼 당기순익이 급감하고 올해 반등 효과가 나온 것”이라며 카드사의 영업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복수 카드론에 대한 대손충당금 일시 적립 효과를 고려할 경우 순이익 증가 폭은 50.9%에서 11.3%로 축소된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이 같은 실적 착시 사실을 뻔히 알면서 카드사의 실적 공시와 정반대 수치를 공개적으로 밝혀 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주식시장의 투자자나 해외 투자자의 경우 실적에 굉장히 민감한데 금감원이 180도 다른 발표를 하면서 혼선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이 통상 1년에 한 번씩 카드사 영업실적을 발표해오다 이날 갑자기 반기로 쪼개 이례적으로 발표한 것을 놓고도 뒷말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잇따라 인하하는 가운데 추가 인하를 더 압박하기 위해 무리한 발표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 추진에 대한 타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같이 기저효과가 나타난 수치를 실제 이익처럼 발표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며 “(카드사들이) 대놓고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난감해 속으로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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