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002380)가 글로벌 2위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를 품에 안았다. 인수 금액은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거래 중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 달러), 두산인프라코어의 밥캣 인수(49억 달러)에 이어 3번째로 큰 거래다. KCC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 국내외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KCC는 13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원료·장비를 생산하는 원익QnC,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 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멘티브를 인수하기로 한 안건을 통과, 인수 작업을 최종 확정했다. 이사회 직후 KCC는 서울 중구 회현동 법무법인 세종 사무실에서 정몽진 KCC 회장을 비롯한 회사 주요 임원진과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 잭 보스 모멘티브 대표, 브래들리 벨 이사회의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KCC는 컨소시엄을 통해 모멘티브를 인수한 후 실리콘 사업과 쿼츠 사업을 분리할 계획이다. 모멘티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리콘 사업은 KCC가 운영하고 나머지 쿼츠 사업은 원익QnC가 운영하는 방법이다. SJL파트너스는 각각의 회사 지분 절반씩을 소유하게 된다. KCC는 이번 모멘티브 인수가 완료되면 글로벌 실리콘 시장에서 미국의 다우듀폰, 독일의 바커 등과 어깨를 겨루는 메이저 플레이어 수준의 기업으로 위치를 다지게 된다.
국내 최초로 실리콘 제조 기술을 독자 개발해 점진적인 시장 확대를 이어온 KCC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실리콘 사업을 과감히 확대함으로써 종합 실리콘 전문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 미국, 일본, 독일 기업 등이 주를 이루던 실리콘 업계에 한국의 KCC가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사업군도 모멘티브 인수로 주력 사업이 된 실리콘을 중심으로 첨단 소재는 물론 도료, 유리, 바닥재, 창호 등 종합 건자재와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글로벌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수로 규모의 경제도 확보하게 됐다. KCC의 매출액(연결 기준)은 지난해 3조8,0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KCC그룹 전체 매출도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모멘티브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11억3,800만 달러였으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3억6,100만 달러, 올 하반기 매출은 약 13억 3,9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모멘티브의 총 매출액이 27억 달러에 달하면서 KCC 매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점쳐진다.
모멘티브는 실리콘, 쿼츠 업계에서 첨단기술 소재 제품을 공급하는 굴지의 특수소재 전문기업이다. 지난 2006년 미국 사모펀드 아폴로PE가 제너럴일렉트릭(GE) 핵심 계열사이던 GE어드밴스드머티리얼즈와 GE바이엘실리콘, GE도시바실리콘 등을 인수 합병해 출범시켰다. 미국의 다우듀폰(1위), 독일의 바커(3위)와 함께 세계 3대 실리콘 및 쿼츠 기업으로 꼽히며, 지난해 매출은 23억 3,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KCC는 이번 모멘티브 인수는 글로벌 플레이어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화장품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기초 원료가 되는 핵심 소재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국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리콘 산업은 친환경소재 및 경량화 소재의 수요 증가 추세에 힘입어 앞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높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 성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정몽진 KCC 회장은 “모멘티브는 약 80년에 이르는 오랜 기업 역사를 가진 만큼 축적된 기술 개발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유·무기화학을 아우르는 KCC의 기술력과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기능성 첨가제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기존 아시아 지역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온 것에 더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빅 마켓으로 시장을 넓혀나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CC의 해외기업 인수 합병은 지난 2011년 영국 실리콘 기업인 바실돈(Basildon Chemical Company Ltd.) 인수 이후 두 번째다. 실리콘 중심의 사업을 펼치는 바실돈은 화장품 원료용 실리콘 등으로 세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KCC의 인수 후 바실돈은 2011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3.3%와 122.8% 등 큰 폭으로 향상돼 실리콘 사업에 대한 성공적인 M&A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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