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개발한 새 오목가슴 수술법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목가슴은 가슴뼈의 선천성 기형 중 가장 흔한 형태다. 갈비뼈와 가슴뼈 연결 부위인 가슴연골 등이 가슴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인구 1,000명당 1~2명꼴로 생긴다. 보통 태어날 때부터 바로 나타나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심장이 눌리거나 성장하면서 폐의 용적이 감소해 호흡곤란, 운동 기능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래 아이들보다 성장이 더딘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감기·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반복되거나 천식으로 쉽게 악화하는 어린이라면 만 3~5세에 수술하는 게 좋다”며 “치료가 끝날 때까지 2년가량 걸리므로 초등학교 입학 전에 가슴의 모양을 교정해 정서적·심리적 안정과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 오목가슴 수술에 가장 널리 쓰인 방법은 ‘너스(Nuss) 수술법’. 양 옆구리 피부를 1㎝가량 짼 뒤 활처럼 휜 교정용 금속막대를 갈비뼈 안쪽에 삽입해 함몰된 가슴연골 등을 들어올려주는 방식이다. 교정막대는 2~3년 뒤 제거한다.
박 교수는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너스수술을 시작한 이래 국내 오목가슴 환자의 70%가량을 수술했다. 하지만 삽입된 교정용 금속막대가 고정되지 않고 움직여 수술이 실패하거나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성인 등 나이가 많을수록 실패율이 높았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新)너스 수술법(일명 Park‘s 테크닉)을 개발했다. 금속 틀(교량판)로 교정용 금속막대를 고정하는 방법이다. 2013년부터 수술에 적용해 100% 가까운 수술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뼈 골격이 완성돼 교정이 어려운 18세 이상 성인에서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지난 3년 간 합병증 발생률이 제로(0) 수준이고 교정막대 위치를 바꾸기 위한 재술이 한 건도 없었다. 기존 수술법은 환자의 5% 안팎에서 교정막대 위치를 바꾸기 위해 재수술을 해야 했다. 기존 수술법은 비대칭 교정이 불가능했지만 새 수술법은 다양한 비대칭 형태와 복합기형 오목가슴 교정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지난달까지 국내외 오목가슴 환자 3,037명(9세 이하 57%)에게 교정막대 삽입술을 했다. 2년 뒤 이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합하면 총 5,275건에 이른다. 세계 최다 수준이다.
박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강연과 수술 시연(라이브 서저리) 등을 통해 신기술의 해외 전파에도 열심이다. 2015년에는 홍콩에서 열린 세계흉벽학회와 프랑스 ’상테티엥 심포지엄‘에서 오목가슴 수술 창시자인 너스 박사 등 세계적 대가들과 수십 명의 의사들에게 강연했다. 홍콩 퀸엘리자베스병원, 프랑스 상테티엥대학병원, 오목가슴 수술의 발원지인 미국 버지니아주 아동병원(Children’s Hospital of King‘s Daughters) 등에서 수십 차례 수술법을 강의하거나 시연했다.
현재 세계흉벽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의 신기술은 현재 미국·유럽·호주와 일본·중국·우즈베키스탄·베트남·인도·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지의 의사 70명가량이 공유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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