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무드에도 통일펀드의 인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형주 중심의 증시 반등에 수익률이 소폭 개선됐지만 경협주와 비교했을 때 폭발력이 부족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6개 통일펀드의 설정액은 최근 한 달 동안 2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 1,912억원이 순유입된 점을 고려하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기간에도 투자자들의 무관심은 이어졌다. 통일펀드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주식형펀드’는 이날 기준 설정액이 51억원으로 한 달 전과 변함없다.
최근 대형주를 중심으로 지수가 오르면서 통일펀드 수익률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투자 매력도를 키우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KG제로인에 따르면 통일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통일코리아주식형펀드’는 지난 20일 기준 지난 한 달 4.3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통일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국내주식 인덱스펀드 수익률(4.95%)에도 미치지 못한 실적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보다 낮은 성과여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요인이 낮은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통일펀드라는 이름과 달리 대형주 위주로 편입돼 있어 남북 화해 무드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삼성통일코리아펀드의 경우 비중 상위 5개 종목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삼성SDI(006400)·LG화학(051910)·S-Oil(010950)로 사실상 경협주 종목은 없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급락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협주를 통일펀드에 담기가 부담스럽다”며 “이름은 통일펀드지만 정작 평양회담 등 남북화해 이슈가 수익률에 도움이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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