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의 유럽 물질특허가 다음달 풀리면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연매출만 20조원에 이르는 휴미라의 점유율을 10%만 가져와도 2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주요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한 총력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유럽 물질특허가 다음달 15일 만료된다.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과 판산형건선, 크론병 등에서 효능이 입증돼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189억4,600만달러(약 21조1,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이오의약품으로 수년째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상 물질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하지만 애브비는 후속 특허 100여개 를 앞세워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후발주자들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를 받더라도 후속 특허에 가로막혀 원칙적으로 제품 출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애브비는 대신 별도의 특허 협상을 체결한 기업에게만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허락하는 방식을 택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특허 소송을 피하고 매출액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시장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애브비와 특허 협상을 마쳤고 베링거인겔하임, 산도스, 쿄와기린 등이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휴미라의 유럽 시장 규모가 5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3개사도 모두 애브비와 협상을 체결할 것으로 내다본다.
애브비와 후발주자들간의 협상이 주목되는 것은 특정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가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는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첫 바이오시밀러를 뜻하는 ‘퍼스트 무버’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셀트리온은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럽에서 점유율 절반을 확보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먼저 출시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또 주요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이 앞다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매출액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제품으로 ‘엔브렐’과 ‘레미케이드’가 있지만 휴미라는 가장 폭넓은 치료질환을 확보해 매출액에서 매년 2배 이상 격차를 벌리고 있다. 주요 선진 의약품 시장 중 제일 먼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유럽에서의 성과가 오는 2023년으로 예정된 미국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는 휴미라의 매출액이 올해 189억2,000만달러(약 21조1,2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52억3,000만달러(약 17조43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으로 인해 올해부터 매출액이 본격적인 감소세로 접어들지만 당분간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휴미라’는 단일 의약품으로 압도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만으로도 신약 개발에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정도”라며 “바이오시밀러의 특성상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효능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 못지 않게 마케팅 전략이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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