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을 보내며 밀키트(meal kits) 등 차세대 가정간편식(HMR) 시장 공략에 나선 식품·유통 기업들이 여느 때 보다 활짝 웃었다. 바쁜 일상 속 굳이 격식에 얽매여 번거롭게 직접 추석 상을 차리기 보다는 알차고 행복하게 명절을 누리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간편하게 상차림을 끝낼 수 있는 조리·반조리 제품들의 주문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폭염·태풍 등으로 크게 오른 식재료 비용, 보다 다양해진 조리·반조리식품의 출시 등도 올해 추석 변화를 이끄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정 출시했던 명절용 음식 세트 제품 대부분이 기대보다 높은 판매 실적을 거뒀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가정간편식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은 올해 추석을 맞아 처음으로 예약 한정 판매를 진행했던 ‘프리미엄 차례상’ 세트의 준비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제품은 갈비찜, 수제 모둠전, 잡채, 나물 등 다양한 명절 음식을 4~5인으로 구성돼 가격이 25만 원에 이른다. 또 수제 모둠전의 경우 평소 대비 10배, 갈비찜은 3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수제 모둠전은 지난 설 명절과 비교해도 판매량이 5배 이상 대폭 늘어 결국 명절 전 매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의 ‘심플리쿡’ 이 올해 처음 선보인 명절 손님맞이용 밀키트 메뉴들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밀키트는 고객이 집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도록 손질된 식 재료와 소스 등을 집으로 보내주는 반조리식품 서비스다. 회사 측에 따르면 세트 판매 기준으로 약 3,000세트, 궁중버섯불고기 등 명절 메뉴 단품 기준으로는 약 1만 개 이상 판매돼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
이 밖에도 롯데백화점이 지난 설 명절에 이어 올해도 출시했던 간편식 ‘한상차림’ 세트가 설 대비 10% 이상 판매가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이 명절 선물용으로 각각 1,500세트씩 준비한 상차림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선물세트 역시 계획대비 10% 이상 초과 판매됐다. 현대백화점도 영유아 및 고령자들이 씹기 편하도록 특별히 부드럽게 제작된 연화식 제품을 추석을 맞아 2,000여 세트 출시했다가 조기 매진돼 추가 생산까지 진행했다.
업계는 이번 추석 실적이 평소보다 짧은 연휴, 폭염·태풍 등으로 급상승한 식재료값 등이 겹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음식을 직접 장만할 시간과 비용이 충분치 않아 간편식으로 눈을 돌렸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에 나타난 변화는 업계 입장에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불과 7개월 전인 설 명절과 비교해도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난 만큼 조리·반조리식품 시장의 확대를 기대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만 해도 명절 차례상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우세해 한 두 가지 음식을 제외하곤 가급적 직접 음식 장만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필요하다면 추석 상을 통째로 주문할 수 있다는 식의 생각 변화는 반찬 배달이나 밀키트 시장 확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박준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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