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위는 은행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와 인터넷은행법의 시행령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넷은행 인가방침을 만들고서 이르면 내년 4월 새로운 인터넷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다음달 열릴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위해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는 다음달부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은행산업의 경쟁도를 평가하고 오는 11월께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국내 은행업이 경쟁도가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추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내년 4~5월에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인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1~2개에 대한 추가 승인 가능성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도 평가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위는 경쟁도 평가 결과를 참조하되 최종 판단은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내린다는 입장이지만 평가 결과가 금융위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6년 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은행의 시장경쟁도 평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의 경쟁 수준이 심화해 독과점 폐해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 은행산업 내 경쟁이 더 격해지면 향후 불황 및 대기업 구조조정 등 위기 국면에서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산업의 집중도를 보여주는 ‘HHI지수’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업 HHI는 1,000~1,100 수준을 나타내 대다수 선진국과 비슷한 ‘다소 집중된’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HHI는 시장에서 경쟁하는 금융회사의 시장점유율의 제곱의 합으로 계산되는데 1,000 이하일 때는 집중되지 않은 시장으로 보고 1,800을 초과하면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평가한다. 숫자만 떼어놓고 보면 국내 은행산업의 집중도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역시 ‘은행산업의 경쟁도 현황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도가 완전경쟁구조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경우 은행들이 경영혁신에 나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수익성 악화에 따라 전반적인 부실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정부 정책모기지와 경쟁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경쟁도는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제3의 인터넷은행을 승인하더라도 지금처럼 우량 차주를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위주의 사업만 펼치도록 하는 것은 기존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과 차별화가 어렵고 기대했던 금융권의 혁신을 이끌 ‘메기’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 생기는 인터넷은행에는) 기업대출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규제 샌드박스를 쳐 줘야 하는데 (어렵게 통과된) 특례법에 대기업 대출을 미리 막아 놓은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새로 진입하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벤처나 기술기업 투자 등은 대폭 허용해주는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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