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중금리 대출이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저축은행·신용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 경쟁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금리 대출이란 신용등급 4~6등급의 중신용자가 연 10%대 금리로 빌리는 신용대출 상품을 말한다. 금융 당국은 중금리 대출요건을 가중 평균금리 연 16.5% 이하, 최고금리 연 20%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카드사나 저축은행은 지난해까지 총량규제에 묶여 있던 중금리 대출 시장이 이달부터 풀리자 다양한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대출한도 1,000만원, 연 금리 5.9~19.9%인 ‘KB국민 중금리론’을 최근 선보였으며 우리카드는 연 금리 4.9~19.7%로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올인원대출’을 출시했다. SBI저축은행은 ‘추가대출우량’과 ‘U스마일DC론’ 등 2개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OSB저축은행도 점프론과 중금리·플러스론 등 중금리 상품을 최근 내놓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0월부터 20개 저축은행이 40개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운용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소·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적 악화 문제에 직면한 카드사 역시 중금리 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4~6등급의 중신용자를 겨냥한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정작 낮은 금리로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자는 대부업체나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사잇돌대출을 제외한 자체 중금리 대출을 내주는 곳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대부분이다. 신한저축은행의 ‘허그론’, KB저축은행의 ‘KB착한대출’, IBK저축은행의 ‘참~ 좋은론’, 하나저축은행의 ‘하나멤버스론’ 등이다. 이들을 제외한 대형 저축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연 20% 이하의 금리로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줄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은 상대적으로 부실이 커 수익이 적기 때문에 박리다매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안돼 중금리 대출을 중도에 포기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이 내준 중금리 대출 가운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비중은 11.8%를 차지했다. 인터넷은행도 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신용평가 데이터가 다른 업권에 비해 빈약해 쉽지 않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