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올해 들어 기업을 해외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시공뿐 아니라 설계·프로젝트 관리 등을 아우르는 엔지니어링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하면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성장이 어렵다는 게 A씨의 판단이다. 그는 “한국은 시장이 지지부진한데다 일률적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간섭도 많아져 ‘안 되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며 “해외 지사를 만들어 운영해보고 자리가 잡히면 주력사업을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한국을 떠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금액은 올 상반기 기준 43억6,000만달러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0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상반기(13억3,000만달러)와 견주면 5년 새 228%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국내 기업(개인 포함)의 해외 투자금액 증가율 54.7%의 4배 수준이다. 해외 직접투자는 외국에 새 기업을 설립하거나 외국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금액을 뜻한다.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면서 수출은 물론 국내 투자와 고용이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체 고용의 8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 전체 일자리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기업의 해외 자본·일자리 유출이 주로 대기업과 제조업만의 문제로 생각됐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심각한 현상”이라며 “노동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일률적인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단축 등은 생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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