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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베르나르다 알바’, 인간의 본성을 억압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가

플라멩고로 불러 온 한국의 한(恨)

“젠더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단, 사람의 이야기로 확장시켜 보면 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공연입니다.”

브라운관과 무대를 누비며 독보적인 카리스마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 ‘정영주’가 타이틀롤인 ‘베르나르다 알바’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독단적일만큼 강력한 기세로 다섯 딸과 노모를 가족의 틀 안에 가둬버린 미망인이다.

23일 오후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전막 시연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뮤지컬 배우 정영주, 황석정이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뮤지컬 배우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김국희, 오소연, 백은혜, 전성민, 김히어라,김환희가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베르나르다 알바’(대본/가사/음악_마이클 존 라키우사, 연출/안무_구스타보 자작, 음악감독_23)>)는 20세기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기반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뮤지컬 ‘씨 왓 아이 워너 씨’로 잘 알려져 있는 마이클 존 라키우사(Michael John LaChiusa)에 의해 넘버 20곡의 뮤지컬로 재탄생되었다.

1930년대 초반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으로 절제한 삶을 강요하는 늙은 어머니와 그에게 억압받는 다섯 딸의 이야기다. 겉보기에 평온하게 보이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안에서 베르나르다와 가족들은 각자의 정열적인 감정들에 의해 시기하고 대립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로르카의 비극 3부작, 최후의 작품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할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 가장인 ‘베르나르다 알바’는 중심 축이 되고 다섯 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감정적인 대항을 하며 한편, 그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 또한 관전 포인트이다.

정영주는 “일부러 들춰내서 보고 싶지 않은, 깊이 숨겨둘수록 누군가에게 지적받지 않을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지금 현대인들은 본능에 충실하지 못하다. 꿈꾸는 건 좋지만 꿈 너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김국희, 김환희, 김히어라, 전성민, 백은혜, 오소연 등 10명의 여성 배우가 등장하는 작품.

이에 대해 정영주는 ”딱히 대단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배우 10명만 나오는 공연은 처음이라 저희 나름대로 사명감이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여성들도 직접 말하고 용기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젠더 시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내일이 첫 공연이다. 마지막 공연까지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각오를 내보였다.

구스타보 자작 연출이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김성수 음악감독이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이번 공연의 연출과 안무는 뮤지컬 ‘바넘’, ‘시라노’등을 연이어 성공시키고 있는 구스타보 자작(Gustavo Zajac)이 맡았으며 뮤지컬 ‘광화문연가’, ‘오! 캐롤’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등으로 국내 최고의 음악감독으로 손꼽히는 23(aka 김성수) 감독과 국내 최고의 플라멩코 안무가이자 댄서인 이혜정 플라멩코 아티스트가 협력 안무가로 참여한다.

구스타보 자작 연출은 “한국의 ‘한’(恨)이 이 공연과 잘 맞는 콘셉트라고 생각한다.” 며 가장 “베르나르다 알바가 왜 이런 여자가 됐나 생각해봐야 한다. ”고 되짚었다. 이어 연출은 “아주 오래 남성이 지배한 사회에서 살아온 여성들에게 대물림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연출은 “딸을 억압하는 베르나르다 알바는 악역처럼 보이나 그 역시 폭력의 희생자”라며 “두 차례 결혼을 했고 남편에 폭행을 당했다. 베르나르다의 행동들 또한 폭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스타보 자작 연출은 “이 작품에는 집안에서 억압된 여성들, 바깥에서 열려있는 남성들 이야기가 담겼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소리가 현재 전 세계에서 부르짖는 자유를 외치는 소리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조롭고 숨막히는 공간 안에서 스페인 남부의 전통 무용인 플라멩코의 정열적인 몸짓과 격정적인 음악으로 관객을 불러들이는 공연이다. 로르카의 언어는 존 라키우사에 의해 치밀하게 분석되고 압축되어 아름다운 음악 위에 펼쳐졌다. 음악감독 23(aka 김성수)은 이 독창적인 음악을 10명의 배우들의 감성과 목소리에 실어 각자의 개성이 묻어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었다.

박천휘 번역가가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박천휘 번역가는 ”가사가 굉장히 시적이다. 기존 뮤지컬 가사가 등장인물의 말에 가깝다면 ‘베르나르다 알바’는 연극적이다. “고 밝혔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이미 완벽해서 제가 편곡을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다. 곡들이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 상황 자체를 설명하고 있어서 허투루 소비되는 곡이 없다”고 작품의 매력을 언급했다.

이어 “명분도 굉장히 강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곡 자체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 공연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장치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을 해야 하는 이유들이 너무나도 명확한 거다. 저희 창작진들이 움직이는 이유 중에는 명분이 80프로를 차지한다. 또한 10명의 놀라운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 작년에 선보인 ‘굿바이 이상’처럼 맞는 옷들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 부분들이 저를 만족시켰다”고 전했다.

이혜정 안무감독이 2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사옥에서 열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프레스콜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이번 공연의 안무의 축을 이루는 플라멩코는 때로는 개인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때로는 극의 분위기를 묘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함축적인 공연이 지향하는 바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열명의 배우들은 플라멩코 아티스트 이혜정과 함께 약 6개월간 사전 연습에 매진했다는 후문.

이혜정 안무감독은 “6개월간 배우들과 함께 하니 ‘베르나르다 알바’의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다시 공부할 수 있었고 스스로 자극도 됐다. 배우들에게는 처절한 도전이었다. “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 열정과 욕망, 자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기에 충분할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10월 24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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