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의 범행 대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수사당국은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배달된 소포 안에 파이프 폭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MSNBC방송 등 미 언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들 사망 사고로 2016년 대선 출마를 포기했던 바이든 부통령은 2020년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대항마로 출마하는 것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반(反) 트럼프’를 외치던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뉴욕 사무실에도 동일한 폭발물 소포가 보내졌다. 드니로는 지난 6월 TV 생방송으로 중계된 토니상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F’가 포함된 욕설을 한 바 있다. AP통신 등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배달된 폭발물 소포가 2건으로 지금까지 경찰을 포함한 당국에서 확인된 폭발물 소포는 총 10건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보내려던 2건의 폭발물 소포는 그가 거주하는 델라웨어 주의 우체국 시설 2곳에서 각각 발견됐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폭발물 소포 수신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바이든 부통령,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로버트 드니로 등 8명으로 이들 중 워터스 의원에게는 2건의 폭발물 소포 배달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 백악관 소속 비밀경호국(SS)을 비롯한 수사 당국의 사전 차단 등으로 아직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브레넌 전 CIA 국장을 겨냥한 소포가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 빌딩에 있는 CNN 지국에 배달되면서 대피 소동을 낳는 등 이번 사건은 중간선거를 약 10일 앞둔 미국을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 FBI 등 미 수사 당국은 동일범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인 검거를 위한 수사를 미 전역에 걸쳐 벌이고 있다. 제임스 오닐 뉴욕 경찰국장은 이날 뉴욕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활성화된(live) 폭발물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폭발물은 전부 버지니아 주 콴티코에 있는 FBI 포렌식 연구소로 옮겨져 전문가들에 의한 조사 중이다. 이들 폭발물은 6인치(15.24㎝) 길이의 PVC 파이프에 화약과 유리조각 등을 넣은 ‘파이프형 폭발물’로 작은 배터리와 타이머도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봉과 동시에 터지는 ‘부비트랩’ 같은 장치는 없었다. 수사 당국은 범인이 실제 폭발까지 의도했는지 아니면 단지 공포감만 심어주려 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폭발물이 동봉된 소포들은 비슷한 서류봉투에 성조기 모양을 비롯한 여러 개의 우표가 부착됐고, 안에는 검정색 테이프로 감싼 파이프 형태의 폭발물과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버블랩(공기쿠션 포장팩)이 들어 있었다. 또한 소포들 모두 민주당 소속 와서먼 슐츠(플로리다·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연방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주소가 반송지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관리들을 인용해 폭발물 소포의 대부분이 우편 시스템을 통해 발송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최소한 일부는 플로리다주에서 발송됐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일련의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을 두고, ‘정치적 폭력’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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