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세균 검출된 런천미트로 치명타를 입은 대상의 상황을 보면 뉴스가 알려진 직후 대상은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면서도 “캔햄은 멸균 제품이어서 세균이 나올 수 없는데다 생산한 지 2년 넘은 제품이라 생산과정에서 균이 들어갔다면 이미 제품이 상했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제조가 아닌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지난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런천미트 검출 세균이 ‘일반 대장균’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는 모습입니다. 여러 식품 전문가에 따르면 대장균은 80도 온도에서도 사멸하는 열에 약한 세균이기에 고온의 멸균 과정을 거치는 캔햄에서는 발견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캔에 구멍이 나는 등 진공이 훼손된 일부 제품에서 검출될 순 있겠지만 이번처럼 검사 대상인 5개 검체 모두에서 캔이 훼손돼 대장균이 검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거죠.
소주를 만드는 물에서 총대장균이 검출된 소식이 알려진 한라산소주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한라산은 신공장 증축을 진행하며 약 20일간 공장 가동을 중지했는데 그동안 물에서 세균이 일시적으로 번식한 탓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장 가동은 중지됐기에 해당 물을 쓴 소주는 단 한 병도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검사가 8월에 이뤄졌고 한라산은 8월 말 다시 검사를 받아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세균 소주’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겁니다.
악성 루머는 모든 기업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식품업계는 특히나 치명상을 입습니다. 소문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소문이 났다는 것만으로도 피해가 큽니다. 일례로 대상은 런천미트 판매의 판매 중단·회수뿐 아니라 자사가 생산한 모든 캔햄 제품의 환불을 조치했습니다. 세균 검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생산도 전면 중단하기로 해 이미 피해가 상당합니다. 모두가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감시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니면 말고’ 식이라면 피해자가 너무 많습니다.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먹거리 이슈일수록 나쁜 소식은 좀 더 신중히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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