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운영 중인 H&B스토어 부츠는 지난 31일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영업을 종료했다. 명동 상권 중심지에 처음 문을 연 지 약 1년 반 만이다. 그 자리에 들어서는 매장은 이마트의 새로운 편집매장 ‘삐에로쑈핑’이다. 이마트 측은 “명동점이 철수하고 나면 당분간 명동 상권에 부츠 매장이 들어설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스킨푸드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등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반대로 H&B스토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H&B 스토어의 시장 규모가 1조 7,0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업체별로 사정이 좀 다르다. 점포 수나 실적 면에서 업계 1위와 나머지 업체 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B스토어 업계 1위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의 올해 3·4분기 말 기준 매장 수가 나머지 업체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영이 매장 수를 1,100여 개까지 늘린 반면, 나머지 업체들의 점포 수는 도합 300여 개에 그쳤다.
점포 수 기준 2위 업체인 ‘랄라블라’의 경우 지난 2004년 시작된 ‘왓슨스’를 GS리테일이 인수한 후 지난 2월 이름까지 바꾸며 출발했다. 매장 내 택배서비스, 외국인 관광객 즉시 환급서비스 등을 도입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린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으나 현재는 187개로 자체 목표에 못 미친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당분간은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H&B스토어 ‘롭스’는 올해 매장 수 100개를 넘어선 가운데 10월 현재 113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다만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전년의 100%에서 70%로 떨어지며 성장 모멘텀이 다소 주춤하다. 롭스 관계자는 “가심비를 우선시하는 소비 경향이 두드러짐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새롭고 특이한 콘셉트로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이른바 ‘신박템’이라 불리는 상품 위주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한다.
앞으로 부츠는 대학가나 지하철역 등 젊은 층의 생활 밀착형 상권을 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명동에서 철수할 뿐 아니라 스타필드 하남·고양에 있는 매장도 규모를 절반 정도 축소한다. 명동점의 경우 플래그십 스토어가 브랜드를 알리는 목적의 매장이었고, 그 역할을 완수했기 때문에 삐에로쑈핑에 자리를 물려준다는 입장이지만 1년 반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은 이례적이라는 게 안팎의 지적이다. 다만 본격적으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계속해서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올리브영은 경쟁 업체들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다소 느긋한 상황이다. 매장 수를 1,100여 개까지 늘렸고, 매출도 2016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조 4,280억 원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은 앞으로는 공격적 출점 대신 상권에 맞게 리뉴얼하고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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