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됐다”며 경기 둔화를 공식화했다. KDI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경기 개선 흐름이 완만하긴 하지만 여전히 개선 추세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9월 고용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개선 추세’ 문구를 빼버렸고, 10월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달에는 개선 추세 표현을 내려놓은 지 두 달 만에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섰음을 공식 인정했다. ‘경기 둔화’ 진단은 앞선 지난 6일 KDI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경제 성장세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보다 더 부정적인 경기 인식으로 해석된다.
KDI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경제 성장을 판단하는 수출·투자·소비 지표가 모두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KDI는 “10월 수출이 조업일수 증가에 따라 큰 폭 확대됐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완만해졌다”고 평가했다. 투자는 건설·설비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비 역시 개선 흐름이 완만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9.3% 급감했고, 소비는 0.5%로 전달의 5.9%에 비해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졌다. 투자 위축에 따른 소비 침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DI가 경기 둔화 판단을 공식적으로 내놓음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9일 내놓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담길 경기 평가의 수위에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9월까지 10개월 간 고수해 온 경기 회복세 판단을 지난달 결국 버린 바 있다. 통계청도 현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경기 동행지수가 9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자 경기 국면 전환 판단 검토에 들어갔다. 통상 동행지수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가운데 한은도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GDP 갭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했다. GDP 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못 미쳤다는 의미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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