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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폐기 대만으로 본 '닮은 꼴' 한국의 현실] 외부수혈 못받는 '전력섬'...부존자원 없어 수입의존 높아

신재생 입지 환경 떨어져

에너지 다소비 산업군 형성







대만이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대만 사례를 너무 우리 사례에 투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양국 간 공통점이 많아 대만 사례를 우리 에너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2018년 대만의 모습이 자칫 미래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탈원전’ 독일·벨기에 등 외부 수혈 가능…한국·대만 ‘전력섬’=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수요에 맞춰 필요한 만큼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원전을 선택한 독일과 벨기에는 주변국과 전력선을 연결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긴 잉여전력을 수출하거나 부족한 전력을 수입한다. 하지만 대만과 한국은 모두 외부 전력 수혈이 불가능한 ‘전력섬’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져 전력이 남더라도 활용하기 어렵고 부족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여름 대만의 대정전을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도 올해 2월 기업들에 8번의 긴급 급전지시를 내렸고 올 7~8월 전력예비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 발생했다”며 “원전을 없애고 신재생 비중을 높인다고 하면 이런 위기는 수시로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에너지 의존도…“한국 에너지자립도 18.3%는 원전 덕분”=양국은 석탄·석유 등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 대만은 전체 에너지원의 97.5%를, 한국은 93.7%를 수입에 의존한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상 여건에 따라 실제 이용률이 낮아 이를 보완할 백업 발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발전 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에너지자급률 18.3%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원전이 버텨준 덕분”이라며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는 원전만큼 현실적인 대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 수입국 대만도 탈원전 폐기…수출국 한국은 탈원전 =대만과 한국은 국토가 좁아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어려운 환경적 요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각 2025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대만 내에서도 태양광 목표 20GW의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250㎢의 토지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토지 소유권 문제, 지역민들의 반대 등 다양한 이유로 태양광 목표가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사정과 꼭 닮아 있는 셈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이 대만보다 원전을 유지해야 할 이유도 많다. 핵심적인 이유로 대만은 원전 수입국이고 우리는 원전 수출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교수는 “한국은 대만과 달리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정책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대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대만 사례를 참고하겠지만 앞으로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원자력학회가 제안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동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공동조사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못 박았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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