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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호 항우연 원장 "선진국 '우주벤처' 한창…한국판 '스페이스X' 서둘러야"

'누리호 시험발사체' 성공 단독 인터뷰

내년 인류 첫 달 착륙 50주년 우주 꿈 키워야

로켓, 車보다 부품 10배..경제 효과 무궁무진

2021년 누리호 성공 땐 산업-국격 업그레이드

2024년 목표 달 궤도 우주정거장 참여 협의

2027년부터 본격 민간 우주개발 생태계 구축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우주개발에 대한 꿈을 풀어놓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1903년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처음 만들고 100년도 안 돼 세계 방방곡곡을 가고 있잖아요.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지구궤도에 처음 올라갔는데 30년 뒤에는 자연스레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나 달·화성까지 우주여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임철호(66·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최근 정부과천청사와 지난 28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갖고 우주개발에 대한 꿈과 한국형발사체(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 성공 이후 계획과 애로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서울대 항공공학 학·석사, 프랑스 국립항공우주대 전문석사, 툴루즈제3대 공학박사 취득 이후 198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근무하다 1994년부터 항우연에서 항공사업부장, 스마트무인기개발사업단장, 선임본부장 겸 위성정보연구소장, 부원장을 지냈다.

그는 닐 암스트롱이 1969년 달에 첫발을 디딜 때 우주에 대한 동경을 품었다며 운을 뗐다. “고교 때 아폴로11호의 착륙을 보고 가슴이 뛰었는데 벌써 내년에 50년이 되네요. 우주를 여행하고 소행성에서 백금 등 희귀금속을 채취하게 될 날에 대비해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해요.” 그는 이어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지구멸망설)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임무(지구 대체 행성 찾기)에 대해 설명했다. 취업난이나 미세먼지 등 당장 눈앞의 문제에 치어 있는 대중에게는 자칫 허황된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의 우주에 대한 꿈과 효과는 현실적이었다.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로봇인간의 출현, 소행성 충돌, 기후변화 등을 우려하며 ‘빨리 외계행성을 찾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나사는 인류가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다른 곳을 찾고 있고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를 대비한 충돌방지 대책도 세우고 있어요.” 그는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가 친환경 솔라시티, 전기차, 하이퍼루프는 물론 생전에 ‘화성에 가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며 로켓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제프 베이조스(블루오리진) 역시 어려서부터 품은 우주에 대한 꿈을 실현하고 있다며 예찬론을 편 뒤 우리가 마냥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스타워즈’ 등 공상과학(SF) 영화를 보고 자란 미국의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서부 모하비사막의 스페이스포트에서 우주벤처를 꾸리고 있는 것도 소개했다.

엄청난 우주강국이 된 중국을 예로 들며 우주개발이 국격이나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강조했다. 그는 “로켓은 자동차의 10배가량 부품이 필요하고 정밀함을 요하기 때문에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며 “중국이 ‘짝퉁’이다 뭐다 해 엉터리였는데 우주강국이 되면서 국격이 한 단계 올라갔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우주개발은 전자와 기계·통신은 물론 정보기술(IT), 나노소재, 전기배터리, 모터, 드론, 바이오 등이 올라서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육·해·공·사이버·우주전 등 5차원 전쟁 시대 우주개발의 전략적 가치와 국민 자긍심 고취 등의 효과도 적지 않다.

임 원장은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lCT)도 엄청나게 발전했다”며 “우주에 대한 꿈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데 이제 그 꿈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의 성공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로켓 자립의 꿈을 심어줬다며 뿌듯해했다. 2021년 누리호 발사에 성공해 로켓 자립을 달성하면 산업 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들의 우주개발 능력을 배양하고 점차 미국처럼 민간 우주개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호(가운데) 항우연 원장이 28일 오후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성공 뒤 고정환(오른쪽)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박정주 나로우주센터장과 함께 3년 뒤 로켓 자립을 다짐하고 있다. /고흥=고광본선임기자


그는 “현재는 우주에 위성이나 탐사선을 올리는 비용이 ㎏당 2만달러인데 대폭 줄여야 우주여행이나 우주호텔도 활성화된다”며 “소행성에 가서 다이아몬드나 백금·광물을 캐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2024년까지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딥스페이스게이트웨이·DSG)을 건설하려는 목표를 표방하는 것도 달 탐사뿐만 아니라 화성 탐사의 전진기지로 쓸 수 있고, 소행성 광물 채취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항우연도 나사와 달 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며 “우주정거장 구축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국제 우주 연구개발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ISS)에 참여하는 미국·유럽·러시아·일본 등 10개국은 각자 모듈(우주선을 정거장에 도킹한 것)을 갖고 있다. 비참여국은 우주의 상업적 이용과 우주안보 등 국제 우주사업에서 소외되는 게 현실이다.

그는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로켓 자립의 애로와 과제도 털어놓았다. 그는 “우주강국은 우주개발 역사가 60년이나 됐지만 우리는 20년밖에 안 됐다”며 “75톤 추력 엔진 발사에 성공해 발사체 자립에 한 걸음 다가갔지만 갈 길이 멀다. 많이 발전했지만 기업의 기술 한계도 있고 미국이 고체연료 엔진 개발을 규제하는 문제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스페이스X가 곧 로켓의 핵심인 1단부를 세 번째로 사용하는 기술에 처음 도전하는 등 로켓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30여년은 앞서 마음이 급한데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2021년 발사체 자립을 이뤄 두 차례 시험발사를 한 뒤 2022년에는 500㎏ 위성을 실어 날리고 2023년부터 차세대 중형위성 발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7년에는 일본 미쓰비시처럼 우리 기업이 로켓과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우리 발사체로 달에 착륙선을 보내고, 2031년부터 외국 소형 인공위성 발사 수주에 뛰어들고, 2040년에 소행성 착륙에 나서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고흥=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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