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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해외M&A에 기업생존 달렸다] "국내선 사고 싶어도 못사"…성장판 찾아 국경 넘는 기업들

<1>급증하는'아웃바운드 M&A'

올 크로스보더 딜 1조 3,491억弗

큰손 中 없어도 1년새 56% 늘어

"R&D만큼 기업 성장에 효율적"

삼성, SK, CJ 등 '대어급' 인수

"4차 산업시대 더 활발해질 것"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지난 2017년 약 4억4,500만달러(약 5,000억원)를 들여 미국 화학제조업체 다우케미칼의 사업 부문 두 개를 연달아 사들였다. 기능성 접착수지인 에틸렌아크릴산(EAA)과 ‘배리어 필름(Barrier Film)’ 소재인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을 만드는 사업부다. 식품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접을 수 있는 다층재고기능 필름을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 공장을 2014년 완공한 후 불과 3년 만에 세계 1위를 다투는 바스프·듀폰·엑손모빌 등과 고기능 포장재 시장에서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 비결은 바로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아웃바운드 인수합병(M&A)이었다.

26일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업 M&A 거래 규모는 3·4분기 누적 기준 3조2,573억달러(약 3,682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9% 증가한 것이다. 올해 전체 거래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새로운 성장판을 찾기 위해 기업이 국경을 넘나드는 M&A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3·4분기 ‘크로스보더 딜(cross-border deal)’ 규모는 1조3,491억달러.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6.1%나 늘었다. 2016년(-11.2%)과 2017년(-6.3%) 2년 연속 뒷걸음질쳤던 것을 고려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전체 M&A 거래에서 크로스보더 딜이 차지하는 비중도 41%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M&A 시장의 ‘큰손’ 역할을 했던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외화반출 금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자취를 감췄음에도 거래 규모는 급증하고 있다.

◇‘아웃바운드’ M&A, 선택 아닌 필수=아웃바운드 M&A가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2016년 삼성전자가 9조원에 전장 사업의 강자 하만을 사들인 게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이은 새로운 먹거리를 하만 인수를 통해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대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국경을 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과 SK·CJ 등 몇몇 대표선수를 제외한 다른 이름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상수 삼일PwC 기업금융자문(CF) 본부장은 “기업이 태어나 성장하는데 성인이 되면 기존 틀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판을 찾기 위해 시작하는 게 바로 크로스보더 딜”이라며 “한국은 이런 선순환 구조를 짤 수 있는 성숙한 기업이 많지 않아 글로벌 M&A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2015~2017년 아웃바운드 M&A는 평균 75억달러 수준. 1,530억달러인 중국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약진이 두드러진 일본(832억달러)과 비교해도 10분의1이 안 된다. 일본은 2016년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기업 암(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사들인 데 이어 올해는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업체 샤이어를 427억파운드(64조원)에 인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R&D에 버금가는 M&A=기술 주기가 극도로 짧아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도 아웃바운드 M&A의 급증세를 이끌고 있다.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붓기보다는 이미 성공한 기술 기업을 사들이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회림 삼일PwC CF본부 파트너는 “초기 자본지출이 거의 없는 게임사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모든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능력 있는 게임회사를 사들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R&D로 모든 기술변화를 다 따라가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M&A 통해 필요한 부분만 활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KCC·원익·SJL파트너스의 미국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 인수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로 전체의 6~7%에 불과하던 실리콘사업 매출을 단숨에 40% 이상으로 키울 수 있게 됐다. 세계 실리콘 시장 점유율도 7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접목되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벤처에 국내 대기업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는 사례도 생겼다. SK그룹은 지난 7월 레전드캐피털이 조성한 6억달러 규모의 펀드에 3,000억원을 출자했다. 레전드캐피털은 레노버 창업주인 류촨즈 회장이 설립한 벤처캐피털(VC)로 투자한 회사 62개 중 12개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기업)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대기업의 경우 1년에 1,000개 정도의 해외 기업을 M&A 리스트에 올려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웃바운드 M&A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기업이 아직은 많지 않지만 AI 등 최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곧 가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박호현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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