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내년 창사 4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며 사업부문 대표를 30·40대로 발탁하는 등 ‘뉴 이랜드’를 선포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을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 독립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세대교체와 책임경영 강화=3일 이랜드그룹은 박 부회장이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이동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인사 개편안을 발표했다. 박성수 회장도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등 주력 계열사의 대표이사 직급은 부회장, 사장으로 높여 경영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더욱 강력한 선택과 집중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자금난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위기의식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세대교체가 특히 눈에 띈다. 30, 40대의 젊은 대표가 등장했다. 그룹의 중심인 패션사업을 맡는 이랜드월드는 김일규 부회장이 총괄하고 패션 부문 대표로 만 40세의 최운식 상무가 선임됐다. 최 대표는 스파오의 사업본부장을 맡아 순수 국내 SPA 브랜드 가운데 최고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식, 호텔·리조트를 맡는 이랜드파크는 만 35세의 김완식 외식본부장이 외식부문 대표에 올랐다. 기존 외식부문 대표를 역임했던 김현수 사장은 총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유통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최종양 신임 부회장이 법인 전체를 총괄한다. 사업부문 대표에는 석창현 상무, 상품부문 대표에는 정성관 상무를 선임했다.
아시아권에 대한 공략 의지도 눈에 띈다. 인도,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은홍 신임 사장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 전체 대표로 임명한 배경이다. 박 부회장은 지금까지 해 온 중국과 아시아권 대기업 최고 경영층과의 유대관계 강화 역할을 계속 맡는다.
◇계속되는 위기상황 ‘이대로는 안 된다’=대대적 조직개편의 배경은 그간 이어져 온 경영상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랜드그룹은 대대적으로 공들여 왔던 중국 유통·패션 사업이 지난 2016년 이후 어려움에 빠지면서 계열사 전반적 부채비율이 급증했고 재무구조 문제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1조원의 자금조달을 추진했으나 5,000억원을 모으는데 그치기도 했다.
이랜드 측은 주요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16년에는 티니위니를 8,770억원에 매각했고 알짜 사업으로 꼽혔던 모던하우스도 사모투자펀드인 MBK에 7,130억원에 내놓아야 했다. 켄싱턴호텔 제주 부지도 매각 후 임대 형식으로 운영 중이나 조만간 조선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선택과 집중’…중국 등 아시아권 사업 힘 실을 듯=이랜드는 이번 조직개편 후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문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쪽은 아시아 지역 사업이다. 이은홍 사장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 전체 대표로 선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은홍 사장은 신입사원 때부터 20년간 스리랑카와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 이랜드의 해외 생산 인프라를 일구어낸 그룹 내 생산통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중국 패션사업은 연 매출 약 1조9,000억원 규모로 1조5,000억원 수준의 국내보다 덩치가 크기에 포기할 수 없다. 이랜드는 이미 중국에서 스파오, 스코필드 등 20여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앞으로 이랜드그룹은 스파오·미쏘 등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SPA브랜드 사업모델을 중국 현지에 맞게 이식해 또 하나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낸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정수정 전임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문 대표를 중국법인 패션부문 부대표로 선임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미 3~4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SPA 브랜드를 진출시킨 상태”라며 “중국 시장에서도 SPA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이랜드 측은 지난 2016년부터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그룹 재무구조 문제 등 여러 이슈가 불거지며 계속 미뤄져 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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