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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대·중기 임금격차 58%...중기 생산성 끌어올려야

중기연 '임금격차 보고서' 분석

1인당 생산성 대기업 14% 수준

같은 규모 日업체보다 24% 낮아

인사 담당자 "청년 뽑기 어려워"





# 이수연(26·가명) 씨는 현재 종업원 150명대 중소 물류회사의 2년차 직원이다. 그가 받는 연봉은 2,500만원. 내일채움공제를 제외하면 수령액은 2,300만원이다. 과장급으로 승진하면 김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3,000만~4,000만원 수준, 부장으로 진급하면 6,000만원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씨 직장동료 중엔 이직을 위해 떠난 이들이 많다. 그는 “낮은 연차의 동료 중에선 이직을 단행하거나 고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기회가 될 때 복리후생이나 연봉이 더 높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옮기려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최인호(26·가명) 씨는 지난해 국내 굴지의 화학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가 받는 초봉은 4,600만원으로 중소기업 과장급에서 받는 돈을 웃돈다. 과장급이 되면 그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6,000만원. 팀장이 되면 연봉 1억도 노려볼 수 있다. 최씨는 “아무래도 국내 제조 대기업의 경우 동종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B2C(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는 것) 대기업보다도 임금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26살 동갑내기 청년인 이 씨와 최 씨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청년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이유로 생산성 격차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공개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를 심층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에 입사한 20대 직원들은 일본보다도 연봉을 더 많이 받고 있었지만 국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근로자의 봉급은 대기업 월급의 34~7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대기업(종업원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29세 이하) 근로자의 2017년 평균 월급은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902달러(약 438만원)로, 같은 기간 2,821달러(약 317만원)를 기록한 일본 대기업에 비해 38.3%나 높았다. 가장 최근 통계 자료인 지난 2017년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연령별 임금수준을 분석한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청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262달러(약 254만원)로, 2,664달러(약 299만원)을 기록한 일본 청년 근로자 평균 임금의 84.9% 수준에 그쳤다. 이는 일본 청년 근로자들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대체로 고른 임금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대·중소기업별로 임금격차가 현격하게 나타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청년 근로자들의 전체 평균 임금은 대기업 청년 근로자의 58% 수준에 불과했지만, 일본 청년층의 전체 평균 임금은 대기업 대비 94.4% 수준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500인 미만 사업장은 대기업에 비해 청년 근로자에게 35~75%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일본은 청년층에게 대기업 대비 76~98%대의 월급을 주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에선 “청년 인력을 뽑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차량용 부품을 제조하는 A사는 도요타나 LS그룹 등의 1차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는 강소기업이지만, 청년 인력 한 명 뽑기를 어려워하고 있다. A사의 인사담당 관계자는 “청년층은 적지만 중년층은 두터운 ‘마름모꼴’ 인력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청년 인력을 뽑기 어려워하는 건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커진다는 점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 30~64세 근로자의 1인당 평균월급은 3,627달러(약 406만원)로 6,683달러(약 748만원)를 기록한 대기업 근로자의 54.3% 수준에 그쳤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수록 기업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늘어났다. 그러나 1인당 전체 평균임금이 대기업 대비 87.3%인 것으로 나타나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 고용시장에 진입하면 대기업보다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이유로는 생산성 격차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2015년 기준)은 평균 12만 달러(약 1억3,400만원)로 일본(2016년 기준)과 비슷했다. 그러나 기업 규모별로 분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500인 이상 대기업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31만 달러(약 3억4,700만원)로 18만1,000달러(약 2억 300만원)를 보인 같은 조건의 일본 기업군보다 71.3% 높은 반면, 10인 미만 사업장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가 4만 3,000달러(약 4,800만원)로 500인 이상 사업장 대비 13.9% 수준에 불과했으며, 같은 규모 일본 업체들에 비해서도 24.4%나 낮았다. 10인 이상 499인 이하 사업체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일본 대비 100.5~110.3% 수준으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노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내일채움공제 등을 통해 정부에서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만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간극을 좁히기는 힘들 것”이라며 “가칭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같은 법률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을 담론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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