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DGB 회장, 대구은행장 겸직…파행으로 가나

지주 이사회 한시적 겸직 강행에

은행 이사회 "장기집권 시도" 강력 반발

노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

김태오 DGB금융 회장

안팎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는 방안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은행 이사회와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이 우려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이날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를 열어 김 회장을 DGB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체제를 갖도록 했다. DG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조직안정과 통합, 그리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김 회장의 겸직이 최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구은행에서 추천한 후보자 2명을 포함한 6~8명의 역량과 은행장으로서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채용비리 관련, 비자금 관련, 펀드 손실보전 관련 등으로 인해 현재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7시 대구은행 전 임원을 소집해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후보자로 추천된 김 회장이 은행장에 선임되려면 15일로 예정된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 결의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대구은행 내부뿐 아니라 은행 이사회에서는 겸직 반대와 함께 내부 출신 은행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후폭풍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이사회 관계자는 “금융지주 측이 최고경영자(CEO)에 집중한 권한을 분산해 비리를 차단한다는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당장 은행 이사회가 비토권을 행사하면 지주와 은행 간 충돌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전국사무금융노조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내부 출신 후보자를 선출하지 못하면 전 직원과 함께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10개월 만에 다시 회장과 행장이 겸직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어서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겸직을 위해 차기 행장 선임을 차일피일 미뤄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 회장이 물러난 뒤 10개월 가까이 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분리를 천명했고, 지역사회와 노조도 분리하는 것을 원했는데 무리하게 새로운 독재체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후보군이 자격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4∼5년 이내에 그런 기준을 맞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장기집권하겠다는 꼼수라는 것이다. 김 회장 역시도 지난해 5월 취임 당시 지주와 은행을 분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정원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