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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김동하의 머니테인먼트]극장 '돈되는 외화' 선호...한국영화 개봉 두배지만 관객수는 비슷

외화 전성시대와 한국영화의 위기

<상> 한국 배급사는 왜 안방을 내줬나

점유율 절반 턱걸이...배급시장 놓고보면 실제론 50% 안돼

유료 시사회 '변칙' 안통하고 투자배급 인력 신생사 이탈

CJ·롯데·쇼박스·NEW 빅4 줄줄이 외국계 직배사에 밀려





뚜껑은 안 열어봐도 안다. 2018년 한국 영화 시장을 장악한 건 할리우드다. 2017년까지 ‘빅4’로 불리던 CJ, 롯데, 쇼박스, NEW 등 국내 4대 배급사는 줄줄이 외국계 직배사들에 밀렸다. 디즈니와 20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소니의 영화가 한국 영화계의 상위권을 점령해 ‘빅’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8년 한해 한국 영화의 매출 점유율은 50.3%다. 간신히 스크린쿼터를 사수한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약 410만명을 동원한 ‘마녀’(319만)와 ‘인랑’(90만)이 한국영화지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작품인 만큼, 이들 작품을 빼고 투자배급 시장을 놓고 보면 점유율은 50%를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 숫자가 말하는 위기는 따로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 개봉편수는 654편으로 미국(323)편의 두배를 넘지만 매출액 점유율은 격차는 3.9%포인트에 불과했다. 미국영화의 관객 수 9,842만명(45.5%)에 마녀와 인랑의 관객 수만 더해도 1억명이 넘고, 이는 한국영화 관객 수와 엇비슷하다.

한국영화 위기는 단순한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다. 총 관람객 수는 예년과 비슷했지만 한국영화는 부진했고, 외화는 성장했다. 수년간 짭짤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전략’이 실패한 데는 외화의 비싼 객석과 광고를 쫓는 극장들의 행태도 한몫했다.

지난 2016년 100억원이 넘는 한국 영화 11편 중 9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여름과 겨울 성수기 수익률은 30%를 넘었다. 하지만 그해 절반 이상이 손익분기점에 못 미미쳤다. 지난해에는 신과 함께, 독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참패했다. 손실을 면해도 금리 수준의 초라한 수익률에 머물렀다. 특히 인랑과 ‘7년의 밤’, ‘물괴’ 등 여름 블록버스터는 물론이고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등 겨울 블록버스터 모두 처참한 수익률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비수기 시즌을 겨냥한 규모가 작은 영화들의 수익률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완벽한 타인이 독보적인 수익률을 올렸지만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 리메이크작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이 로열티로 빠져 나간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연평균 극장관람 횟수가 4.2회로 아이슬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나라다. 매년 2억명 넘는 관객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콘텐츠 강국 한국이 또 다시 안방을 내어 준 이유는 뭘까. 단순히 영화의 퀄리티와 기획력 같은 ‘실력’으로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문제다. 극장, 대기업, 수직계열화, 투자구조, 소비행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고질적 병폐에 의한 ‘예견된 위기’였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영화의 위험한 생태계를 유통, 제작, 소비 등 다양한 관점에서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롯데의 약진, CJ의 뒷걸음질



지난해 가장 약진한 배급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초와 여름시장을 강타한 ‘신과 함께’ 덕분이다. 롯데는 2017년 CJ와 쇼박스, NEW에 이어 4위권이었지만 지난해 국내 1위로 올라섰다. ‘흥부’, 물괴, ‘상류사회’ 등이 실패했지만 얼마 전 개봉한 완벽한 타인도 500만을 넘어서며 크게 성공했다.

2017년 1위였던 CJ는 3위권도 장담하기 어렵다. 공작은 겨우 손익을 맞추는 수준이고 ‘골든 슬럼버’, ‘궁합’, ‘7년의 밤’, ‘협상’, PMC: 더 벙커까지 100억원 전후의 큰 영화들이 모조리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롯데의 앞날도 밝다고만 할 수 없다. 롯데쇼핑의 사업부로, 백화점의 가치제고를 위해 추진됐던 롯데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최근 롯데컬쳐웍스 분사로 이어졌다. 롯데는 넷플릭스 등 OTT 진영에 맞서 수십억원의 적자를 무릅쓰고 ‘시츄’ OTT를 선보이면서 독자적인 콘텐츠 수급체계를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관객들의 영화소비로 얻은 수익이 영화 제작 생태계가 아닌 그룹 유통 차원의 확장과 독자생존 전략에 소비되는 모양새다.

‘변칙과 반칙 사이’… 쇼박스, NEW, 메가박스도 부진

2017년 2, 3, 5위권이던 쇼박스와 NEW, 메가박스도 지난해 변변치 못한 실적을 거뒀다. 독전과 ‘암수살인’, ‘리틀포레스트’ 등이 성공했지만 마약왕, ‘창궐’, ‘염력’, ‘변산’ 등 손실을 본 영화들이 더욱 많았다.

특히 극장이 없거나 소수만 있는 NEW와 쇼박스는 ‘변칙개봉’이라는 꼼수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NEW는 2016년 부산행 개봉 전 유료시사로 50만 넘는 관객을 모은 뒤 개봉 당일 100만이 넘는 스코어를 올렸지만, 올해 스윙키즈는 유료 시사 반응도 개봉 후 반응도 미지근한 역효과를 거뒀다. 쇼박스 역시 성난 황소 개봉 전 유료 시사로 9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이처럼 큰 부침을 겪은 한국 영화 투자배급업계의 또 다른 특징은 ‘인력이탈’이다. ‘절대 갑’으로 불리던 메이저 한국 투자배급사의 투자인력들은 지난해 말부터 메리크리스마스·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행남사 등 신생 회사로 대거 이동했고, 지금도 인력이동은 진행 중이다. 이래저래 지난해 투자배급 생태계는 변칙과 반칙까지 난무했지만 제 발등을 찍는 결과로 돌아왔다. 영화계 ‘슈퍼 갑’인 극장의 외화 선호는 오히려 더 심화됐기 때문이다. /<한성대 융복합과정 교수·성북창업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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