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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불신이 성장률 갉아먹어..韓, 갈등관리 비용만 매년 240조"

국민 4명중 1명만 "타인 신뢰"

OECD 평균에 훨씬 못미쳐

카풀·원격진료 등 곳곳 불신

계약이행 위해 추가 지출 필요





“올해 한국 경제의 전망은 매우 밝아 국내총생산(GDP) 5.5% 성장이 가능하지만 정치 갈등이 기업투자나 소비자들의 자신감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있습니다.”

티보시 본드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004년 1월 뉴욕 맨해튼 메릴리치 본사에서 열린 경제전망 콘퍼런스에서 한국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는 “정치적 잡음과 갈등이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를 헤치고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의 우려는 빗나가지 않았다.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결국 2004년 GDP 성장률은 4.6%에 그쳤다. 극심한 정치·사회 갈등이 국내 기업의 신규 투자와 해외자본의 국내 유입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15년이 지나 경제성장률은 2%대로 낮아졌지만 정치·사회적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5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한국은 26.6%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23위에 머물렀다. 덴마크가 74.9%로 가장 높았고 노르웨이(72.9%), 네덜란드(67.4%), 스웨덴(61.8%) 순이었다. 한국은 OECD 평균(36.0%)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일본(38.8%), 미국(35.1%)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사회 신뢰도의 하락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신뢰도를 사회적 자본으로 설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는 ‘신뢰’라는 자본이 풍부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신뢰가 높을 경우 계약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출을 줄일 수 있고 거래가 활성화돼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사회적 신뢰가 높아지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뢰자본이 확충돼야 규제가 줄어들고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최근 택시 업계의 반발로 중단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사회적 불신이 투자 중단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상생 방안까지 내놓으며 설득에 나섰지만 택시 업계가 대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을 나타내며 이를 가로막았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투자처를 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동남아의 카풀 서비스인 그랩에 지난해 3,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카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시 업계의 막무가내식 반대로 카풀 서비스에 나선 스타트업이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다”며 “투자자들도 택시 업계와 정부 간 협상이 끝나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원격진료도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막무가내식 반대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정부의 수소경제정책도 “수소경제는 현대차만을 위한 것”이라는 일부의 반대로 지연되다 최근에서야 발표됐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한국의 사회 신뢰도가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높아지면 성장률이 4%대로 1.5%포인트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다는 신뢰가 구축돼야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투자가 늘어나 경기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한국은 사회적 신뢰의 결여로 최대 246조원을 갈등관리 비용으로 쓰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인당 GDP의 27%를 사회적 갈등관리 비용으로 쓴다”며 “연간으로는 최대 246조원이며 모든 국민이 매년 900만원씩을 사회적 갈등 해소에 쓰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사회갈등지수가 상승하면 1인당 GDP가 하락하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며 “한국의 경우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실질 GDP는 0.2%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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