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를 타고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몰려들고 있다. 신흥국 전반에 투자하는 패시브(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 투자) 자금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을 겨냥한 ‘코리아 ETF’ 순자산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차익거래와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가 동일한 비율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차익거래란 현물만을 거래 대상으로 해 코스피 가운데 15개 이상 종목을 묶어서 대량으로 한 번에 주문을 내는 것으로 보통 ‘바스켓 거래’로 불린다. 즉 비차익거래와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가 함께 늘어나는 것은 ETF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개별 종목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 시총 상위 종목 중심으로 국내 증시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 비차익거래는 지난 25일 기준 2조8,65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조7,267억원 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지수 2,600을 찍었던 지난해 1월과 비교해도 15.74%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국내에서 여러 종목을 묶어 주문을 내는 외국인 자금이 늘었다는 얘기다.
한국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ETF인 블랙록의 ‘아이쉐어즈 MSCI 사우스코리아 캡프드 ETF’를 봐도 지난해 11월 이후 설정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ETF 순자산은 41억9,000만달러(약 4조6,781억원)로 이 중 3억6,000만달러가 올 들어 유입됐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마켓 펀드 설정액 변화를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로 한정해서 봐도 꾸준한 설정액 증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 추이가 외국인의 비차익거래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 배경인 외국인의 현물매수가 ETF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내 투자자들도 베트남이나 인도 등 신흥국에 투자할 때 개별 종목 대신 펀드를 통해 지수를 추종하는 것처럼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도 인덱스 투자에서 한국물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블랙록의 한국 투자 ETF는 지난 2000년 5월9일 처음 설정돼 최근 20일간 일 평균 350만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115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며 삼성전자 22.18%, SK하이닉스 5.48%, POSCO 2.67%, 현대차 2.55%, KB금융지주 2.36%, NAVER 2.34% 등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 들어 단 3일을 제외하고는 비차익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별한 이슈가 불거지지 않는 이상 외국인 비차익거래를 통한 매수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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