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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추구 청년층 "잘 고른 中企, 열 대기업 안부러워요"

'참여 통해 인정욕구 충족'강한 90년대생 취업시장 진입

단순 급여보다 차별화된 복지 내세운 中企에 지원 몰려

사내 문화도 개인적 삶 존중...자기계발비 등 적극 지원

전자지도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맵퍼스의 신입 직원들이 새 소프트웨어 개발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표자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맵퍼스




지난 1월 젊은 구직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취업 카페에서 한 중소기업이 화제가 됐다. 직원 수 12명에 불과한 소기업이 생산직 2명을 뽑는 채용에 무려 1,536명이 지원, 7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서류 통과자는 15명. 서류통과 기준으로도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다.

이 회사의 이름은 이앤디일렉트릭. 전기설계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인 ‘EPLAN’을 공급하고 전선 연결장치의 일종인 ‘와이어 하네스’를 생산한다. 지난 2017년 기준 매출액은 37억원으로 비슷한 규모(매출액 10억원~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들 가운데 2,088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신입 사원 연봉은 3,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회사에 젊은 구직자들이 몰린 이유는 뭘까. 해답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층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이앤디일렉트릭은 채용공고에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제시했다. 신입 연봉은 2,70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퇴직금을 별도로 주고, 연봉액도 실수령액임을 강조했다. 잦은 야근에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일반 중소제조기업들과 달리 야근은 드물고, 하더라도 반드시 야근수당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근무형태는 주5일제로 9시 출근, 6시 퇴근이며 연차는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사내커플 결혼 시 대표가 1,000만원을 지급하며 남성의 육아휴직도 보장한다.

전자지도 소프트웨어 기업 맵퍼스는 다양한 직원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사진제공=맵퍼스


워라밸을 중시하는 1990년대 생들이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차별화된 복지혜택을 내세운 중소기업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앤디일렉트릭의 사례처럼 급여는 낮아도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시하면서 젊은 구직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올해 상반기 채용시즌을 앞두고 구직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16%가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시하는 요소로 ‘워라밸’을 꼽았다. 연봉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실제 지난해 말 출간된 책 ‘90년대생이 온다’에서 저자는 현재 취업시장의 주축인 1990년대생에 대해 ‘일터에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고 하며 참여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이들은 자신에게 ‘꼰대질’을 하는 기성세대나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외면한다.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고 맥락도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지만 회사와 제품에는 솔직함을 요구하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든 소비자로서든 호구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헌신의 대상을 회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로 삼는다. 안정을 추구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한편 창업의 길을 꿈꾸기도 하며 언제든 이직과 퇴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해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높은 업무 강도로 정평이 나 있는 정보기술(IT) 업계도 1990년대생이 합류하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자지도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맵퍼스가 자사의 신입 공채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회사에서 가장 만족한 부분으로 연봉과 함께 워라밸을 꼽았다. 올해 입사 3년 차인 장원엽(26) 연구원은 “막연하게 그려지는 IT 회사의 야근문화와 달리 ‘내 시간’이 보장되는 것이 지금 회사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라며 “개인적인 삶도 중요시하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상사의 눈치를 보기 위해 하는 불필요한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없다”고 말했다.

맵퍼스는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직원들에게 회사 돈을 지원해준다. 여행경비, 스포츠·취미용품 구입비, 학원 수강비, 공연관람비, 체력단련비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우수사원과 장기근속자를 포상하며, 직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어민 영어강의도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종합병원급 종합건강검진과 원거리 거주자에 대한 사택 지원, 경조비, 자가차량 통근자의 주차비 지원 등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이수정 맵퍼스 인사담당 매니저는 “젊은 개발자들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원하는 동시에 개인적인 시간도 보장받기 원한다”며 “이들은 진정한 워라밸이 주어진 업무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근무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지고 해낸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카메라 제조업체인 뷰웍스도 직원들의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직원 수 282명 연매출 1,200억원(2017년 기준)인 이 회사의 복지혜택은 여느 대기업 못지않다. 직원들이 생활 패턴에 따라 탄력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고 육아휴직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 입사 7년까지 근무를 하면 한 달 간 쉴 수 있는 유급휴가 제도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체력 단련비·어학교육 지원비 등을 각각 월 8만 원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 대기업 케이터링 업체와 연계해 회사 안에서 하루 세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뷰웍스의 조직 문화는 전통적인 제조업들과 달리 굉장히 소프트하다”면서 “경영진의 마인드도 비권위적이고, 토론문화도 많이 발달해 있다”고 소개했다.
/서민우·심우일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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