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001510) PE(Private Equity) 본부에서 높은 성과로 고액의 성과급을 받던 김태훈 이사가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한다. 친정인 SK증권이 자본금을 출자해 2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퇴사한 직원이 세우는 투자회사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증권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SK증권 PE 2본부를 이끌던 김태훈 이사는 이달 중 SK증권을 퇴사하고 창투사를 설립한다. 회사명은 테크놀로지의 앞글자를 딴 ‘티인베스트먼트’로 확정됐다. 기술력이 있는 성장산업을 발굴해 투자하겠다는 김 이사의 투자철학이 반영됐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출신과 한국기술투자(현 SBI인베스트) 출신 2명이 창립 멤버로 합류한다.
티인베스트먼트의 2대 주주가 SK증권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 이사가 독립을 결정하자 SK증권이 먼저 손을 내밀며 창업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이 투자회사를 세운 사례는 많지만 전 직장에서 초기투자를 받은 사례는 흔치 않다.
김신 SK증권 대표, 유시화 SK증권 PE 대표(부문장)가 김 이사를 전폭적으로 신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 이사는 SK증권 PE본부가 독립을 논의할 만큼 성장하는 데 활약한 인사 중 한 명이다. SK증권 PE본부는 중형 증권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 PE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며 시장에 안착했다. 인하우스 PE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세우는 방향도 논의 중이다.
김 이사는 대우증권과 한국기술투자, 신한금융투자를 거쳐 2014년 SK증권에 합류했다. PI(자기자본), PE 투자를 전담하며 SK증권 PE본부 설립 이래 최고 수준인 내부수익률(IRR) 20% 이상을 기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이사는 지난해 상반기 7억원 대 성과보수를 받았다.
김 이사는 국민연금의 중소중견기업투자펀드, 공동투자 펀드와 한국성장금융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했다. 한국자산평가의 경영권 매각과 JW생명과학 지분 투자 등을 직접 맡았다.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주당 1만원에 투자했는데 오는 3월 상장을 앞두고 최근 공모가가 주당 4만원대로 산정됐다. 에코프로비엠 투자 회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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