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글로벌 LCD TV시장에서 한국을 앞지른 것은 LCD패널 점유율이 2년 전 뒤집어지면서 예고됐다. 특히 중국의 LCD 패널 경쟁력을 키워온 중국의 로컬 업체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물량공세를 펼치며 중소형 LCD TV시장에서는 이미 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다만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대형·초고화질 프리미엄 TV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바탕으로 성장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는 만큼 시장을 완전히 뺏겼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1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누적으로 전 세계 LCD TV 출하 대수는 모두 1억5,216만대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 업체가 31.9%(4,856만대)를 차지하며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국은 4,658만대(30.6%)로 2위를, 이어 일본 2,218만대(14.6%), 유럽 421만대(2.8%), 미국 358만대(2.4%), 대만 289만대(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LCD TV 출하 대수에서 한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3·4분기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34.7%까지 오르면서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2017년에는 한국의 점유율이 32.4%, 중국이 27.2%를 기록했던 점에 비춰 보면 이미 중국의 전체 점유율은 신기록 경신 단계에 들어갔다. IHS마킷은 “LCD TV 패널시장에서 중국이 2017년부터 한국을 앞서더니 지난해부터는 LCD TV시장에서도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면서 ‘떠오르는 중국(Rising China)’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대형 TFT-LCD 패널시장에서 중국 BOE가 점유율 23%를 기록하면서 LG디스플레이(20%)를 앞섰으며 대만 이노룩스(17%)와 AUO(15%)가 삼성디스플레이(8%)를 제치고 각각 3, 4위에 올랐다.
LCD TV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파괴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TV시장인 중국 내에서 로컬 업체들은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쓰면서도 삼성이나 LG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 온라인몰인 징동에서 샤오미의 55인치 4K TV는 35만원(2,199위안) 정도에 불과하다. 같은 크기의 삼성 4K TV는 90만원대다. 3분의1을 조금 넘는 가격인 셈이다. 지난해 3·4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중국 내 LCD TV 판매량은 71만6,000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시장에서 TV를 가장 많이 판매한 업체는 하이센스(554만2,000대)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 217만대를 판매했던 샤오미는 지난해 3·3분기까지 505만대 판매를 넘어서며 메인 LCD TV 업체로 올라섰다.
다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와 Q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우리 업체들이 앞서 나가며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LG전자의 올레드TV 출하 대수는 2016년에는 66만6,400대에 그쳤으나 2017년 117만8,000여대로 늘어난 뒤 지난해 3·4분기까지 104만5,000여대에 달하면서 신기록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8K 초고화질 QLED TV를 ‘대표주자’로 내세우며 글로벌 TV시장 1위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대당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점유율이 48.2%에 달했고 75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는 54.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LCD TV에서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과 기술 수준을 동시에 높이며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다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OLED와 QLED 진영을 주도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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