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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남자만 자동차 부품 다루란 법 있나요?

■김보민 파츠너 대표

차 수리비 거품 걱정된다면

파츠너 사이트 검색으로 해결

국내 자동차 부품 시장 활성화 위해

정부가 나서 애프터마켓 시장 키워야





많은 운전자들이 차를 수리할 때 값비싼 요금을 걱정한다. 특히 내가 청구받은 수리비가 과연 적정 가격인지, 자동차 부품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호구’가 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체된 부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어떤 브랜드의 어떤 부품이 쓰이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섣불리 항의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2015년 7월 설립된 파츠너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 설립된 자동차 부품 유통·제조기업이다. 파츠너의 쇼핑몰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내 차에 필요한 수백 개의 자동차부품을 검색할 수 있다. 또래 여성 대부분이 대학을 다니며 취업 준비에 집중할 법한 만 21세였던 김보민 파츠너 대표가 야심 차게 설립했다.

“자동차 부품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대학교 교수님이 ‘지금 정부가 나서서 청년창업을 장려하고 있는데 왜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하신 게 계기가 됐어요. 다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창업을 결심했느냐고 묻지만 오히려 어렸기 때문에 ‘정부가 장려하고 내 나이가 어린데 못할 게 뭐 있어?’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창업을 할 수 있었죠.”

김 대표의 창업에는 정부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창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인 2015년 1월 정부가 ‘대체부품 인증제도’를 시행해서다. 대체부품 인증제도란 자동차 대체부품의 규격과 특성 등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출고된 차량에 장착된 OEM 순정부품과 동일·유사할 때 인증기관이 대체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A 제조사의 B 차량을 타는 차주가 차량을 수리할 때 A 제조사가 OEM을 통해 제작한 순정부품이 아니라 같은 규격·특성을 지닌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의 대체부품을 정부가 인증, 소비자가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이다. 대체부품을 유통·제조하려는 김 대표의 생각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수십 년 전에는 대기업인 완성차 제조사가 순정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당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벌일 정도로 대체부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체부품 인증제도란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고 인증한 만큼 안심하고 써도 된다고 알려 대체부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없애고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죠.”



이 같은 대체부품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나며 보다 저렴한 가격에 차를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수입차의 경우 브레이크 패드 하나 교체하는 데 필요한 부품 값만 수십만원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대체부품을 이용하면 다양한 브랜드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가격대와 등급의 부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을 잘 몰라 정비소의 바가지가 우려되는 이들도 현재 파츠너가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전문 쇼핑몰만 이용하면 쉽게 견적을 낼 수 있다. 차량 제조사와 모델, 생산연월·엔진코드만 입력하면 미션·에어·에어컨 등 각종 필터는 물론 촉매 변환기, 건조기, 밸브, 스위치 등 자동차에 필요한 모든 부품의 브랜드별 가격과 예상 배송시간 등이 나타난다. 김 대표는 “자동차 부품을 잘 모르는 차주들은 정비소에 의존하는데 정비소에서 말하는 공임비에는 인건비와 기술비, 부품비가 한 번에 포함돼 가격 거품이 심하다”며 “파츠너를 이용하면 문제가 되는 부품을 차주가 직접 수령해 정비소에 가져갈 수 있어 부품 값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츠너는 자체 브랜드를 확립하기 위해 부품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에어컨 필터와 엔진오일, 워터펌프, 브레이크 패드, 오일 필터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에어컨 필터는 초미세먼지·배기가스 제거 등과 관련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엔진오일은 자체 실험 결과 강력한 유막을 형성해 엔진 마모를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달 중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유통과 제조를 동시에 하는 전략에 힘입어 파츠너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 설립 첫해 9,600만원에서 지난해 5억원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현재는 회원 수만 2만2,000여명으로, 약 400~500명의 정비사와 개인 차주들로부터 꾸준히 주문을 받고 있다”며 “처음에는 여자가 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신뢰를 못하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 점이 파츠너의 특색이 됐다”고 미소 지었다.



적극적인 대체부품 제조·유통으로 실적은 상승세를 띄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애프터마켓 시장이 20~30%에 달하는 해외와 달리 국산차의 경우 자동차 부품 시장이 대기업 독점으로 이뤄져 파츠너와 같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시장이 대기업에 종속된 1~3차 하청업체로 이뤄진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부품을 판매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에 김대표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에 참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이 같은 국내 애프터마켓 시장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좋은 부품을 제조할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형태가 되다 보니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에요. 중소기업도 자기 브랜드를 갖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돼야 합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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