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10월 ‘KODEX200’을 상장시키면서 ETF를 한국시장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ETF의 역사는 삼성자산운용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ODEX200은 유동성이 가장 풍부하고 규모가 큰 ETF로 성장했으며 순자산 규모 5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공모 주식형 펀드가 됐다. KODEX200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섹터 ETF, 해외형 ETF, 채권 ETF, 파생형 ETF 등을 연이어 최초로 상장했다. 특히 2009년과 2010년 각각 아시아 최초로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를 상장, 국내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의 선구자이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며 국내 ETF 시장이 현재 38조원, KODEX가 약 20조원에 달하는 운용 규모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서 순자산 기준 53%를 점유하고 있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ETF KODEX200의 순자산은 국내 공모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자산운용은 순자산 1조원 ETF를 업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KODEX200 7조 4,000억원, KODEX 레버리지 2조 3,000억원, KODEX MSCI Korea TR 1조 7,000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1조 3,000억원, KODEX 단기채권 1조 400억원, KODEX 삼성그룹 1조 600억원 달한다.
특히 2017년 11월 상장한 KODEX MSCI Korea 토탈리턴(Total Return)은 단기간에 1조원을 넘어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ETF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TR ETF 역시 삼성자산운용이 국내에 선보였다. 일반 주식형 ETF는 배당금이 지급되면 이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반면 TR ETF는 배당금 지급 없이 즉시 재투자되기 때문에 배당소득세를 떼지 않는다. 배당과 지수 상승에 따른 복리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TR ETF인 KODEX MSCI Korea TR의 순자산이 지난해 말 1조1,203억원에 이어 한 달 여 사이 6,000억원 가까이 모이며 1조 7,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후 약 1년만에 1조원을 돌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ETF는 ‘MSCI Korea Gross TR’ 지수의 상승률만큼 수익을 낸다. 110여개 종목이 지수에 포함돼 있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TR ETF이기도 하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1팀장은 “연말 배당 시즌을 맞아 배당 재투자를 통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는 TR ETF에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했다”며 “매도 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 기존 주식형 ETF와 달리 TR ETF는 보유기간 과세가 적용돼 매도 시 과표 증분과 자본 차익 중 작은 금액에 대해 과세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는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홍콩, 중국 등에 운용 및 상품개발 노하우 수출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국 대형 운용사인 건신기금과 공동 개발한 ‘건신MSCI차이나A주 국제통 ETF’를 상하이거래소에 출시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 관리자산 217조원, 중국 내 운용규모 2위인 건신기금과 포괄적인 ETF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건신기금 ETF 상장에 필요한 상품개발, 마케팅, 운용 등 ETF 관리 전반에 관해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베타 ETF와 솔루션 개발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장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EMP솔루션(ETF Managed Portfolio), 투자자의 목적에 따라 재무설계를 지원하는 GBI솔루션(Goal Based Investment) 등 ETF를 활용한 자산관리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말 삼성자산운용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금융데이터를 제공하는 딥서치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빅데이터를 접목한 혁신적인 상품개발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다. 딥서치는 2013년에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방대한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금융인공지능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외 협력사 등과 제휴하여 글로벌 수준의 빅데이터를 구축했고 가격, 재무, 뉴스정보 등 금융과 관련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보유하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환경에서 시장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고객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국내 ETF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국내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수탁액 8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지수펀드(ETF)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함께 수탁고를 끌어올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