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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 비닐 사용, 핀란드의 100배...커피 테이크아웃 92%가 일회용컵

<상> 폐기물로 뒤덮이는 한반도-일회용품 남용 여전

새벽 배송시장 확대로 스티로폼·은박지 등 사용 급증

파손 방지 위해 겹겹이 비닐, 에어랩 과대 포장도 문제

무리한 금지에 부작용...인식 개선·정책 보조 맞춰야

18일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일회용 뚜껑이 수북이 쌓여 있다. /권욱기자




‘모든 음식은 일회용기로 배달됩니다.’

사용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한 식당 소개글에 적힌 첫 문장이다. 된장찌개 하나를 주문하면 공깃밥부터 찌개·반찬까지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겨 온다. 배달 앱을 이용해 다른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저부터 조그만 간장통까지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회용품 남용 사례는 여전하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컵과 비닐봉지 사용량 35%,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를 줄이는 내용의 ‘재활용 폐기물 대책’을 내놓으면서 일부 성과를 보고는 있지만 갈 길이 먼 셈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 못지않게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찬 하나 주문하는 데 일회용품 한가득=최근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말 4,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새벽 배송 시장도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다. 새벽 배송이란 음식 재료나 반찬 등을 전날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1인 가구가 늘고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식재료는 건강할 수 있지만 그 식재료를 담는 일회용품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새벽 배달 시장이 커질수록 일회용품 사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벽 배송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한 회사의 경우 제품 주문이 들어오면 큰 상자 안에 담아 배송한다. 이때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자 내부를 은박보냉팩으로 감싸고 식재료는 비닐이나 스티로폼·플라스틱 등으로 포장한다. 모두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품이다. 또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혹시 모를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서지만 제품을 두세 번 비닐로 포장하거나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건 과잉포장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새벽 배송 시장에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등이 과하게 쓰이는 실태를 인지하고 있다”며 “업체들과 논의를 거쳐 어떻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곳곳에 사각지대…롤 비닐 사용에 커피 테이크아웃도 증가=일회용 비닐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0년부터 주요 대형마트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 등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달 1일부터는 전국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아예 금지됐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으로 이전까지는 가능했던 유상 제공까지 완전히 막히면서다.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플라스틱컵 남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8월부터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머그잔이나 텀블러 등 다회용컵 이용이 늘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마트 내 비치된 롤 비닐이 대표적이다. 생선이나 정육·채소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의 경우 롤 비닐과 같은 일회용품을 예외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서다. 커피전문점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제한됐지만 테이크아웃을 이용할 때는 플라스틱컵이나 환경에 유해한 폴리에틸렌(PE) 종이컵 사용을 막지는 못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한국부인회총본부와 함께 지난해 9월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실태 등을 조사한 결과 테이크아웃 이용 소비자 750명 중 694명(92.5%)은 여전히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체품 없어 곤혹…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은 세계 1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과 프랑스(73㎏) 등을 모두 제쳤다. 2015년 기준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도 1인당 414장에 달한다. 불과 4장을 쓰는 핀란드의 100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가 이런 추세에 급제동을 건 것은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터진 후다. 방향은 옳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정책 변화에 부작용이 속출했다. 당장 마트 내 롤 비닐은 대체품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고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 제한도 사업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을 줬다.

일회용컵 사용을 단칼에 금지하기보다 일정 기간 머그잔 등 다회용컵과 재활용 가능한 종이컵을 병행한 뒤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후 종이컵을 금지시키는 등 소비자의 인식 개선과 정책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참여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함께 선행돼야 보다 효과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현 녹색미래 사무처장은 “일회용품을 줄이는 정책은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앞으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동시에 정책 홍보와 교육 등을 진행해 시민들이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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