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5일 직접 나서 소속 의원들의 ‘20대 청년 폄훼’ 발언 논란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발언 당사자인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자중지란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여당이 20대 청년층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는 사이 문재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설훈 최고위원과 홍 수석대변인의 20대 청년 발언 논란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20대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라며 “20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우리 사회도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의 절망감에 대해 기성세대이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 뒤 “앞으로 당과 정부가 20대가 직면한 현실에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내 의원들의 발언 논란에 대해 원내대표가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최근 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악재를 서둘러 수습하지 못할 경우 청년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8~22일 실시해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 20대의 부정평가는 49.4%로 긍정평가(44.7%)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50대보다도 20대가 현 정권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 발언의 당사자인 홍 수석대변인은 “원내대표가 내 발언을 모르고 사과하신 것 같다.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가 당시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탓에 지금의 20대들이 통일 문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해명했다. 다만 원내대표가 사과와 유감을 표한 직후 수석대변인이 곧장 반박하고 나서면서 당내 불협화음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겨냥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언이 아니라 진심인 것 같다”며 “이는 여당의 문제 이해력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쏘아붙였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