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라고 하면 부정적인 뉘앙스로 들릴 때가 많다.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부모·자식 사이에도 사적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일정한 거리 두기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한 거리 두기를 ‘인간미 없음’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거리 두기가 미덕인 곳이 있다. 주차장이 바로 그곳이다.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문콕 사고로 인한 보험금 청구 건수가 최근 5년간 2.5배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이웃 간 분쟁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문콕 사고 증가의 주요 원인은 자동차의 크기가 점점 커져 중대형 차량이 전체 차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됐으나 주차 폭 기준은 지난 1990년에 정해진 그대로 머물면서 차량 사이의 공간이 너무 협소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오는 3월부터 주차 폭의 최소 기준을 현재의 2.3m에서 2.5m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새로 짓는 건물에만 적용되고 기존 주차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인 주차 폭 확장만으로는 문콕 사고와 그로 인한 갈등을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심폭(心幅)의 확장이 동반돼야 한다. 옆 차 탑승자를 위해 본인의 차량을 주차 구획 중앙에 정확히 주차하고 차 문을 열고 닫을 때 문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면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단 문콕 사고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 상황은 제도적 미비점 등으로 촉발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자동차의 크기만큼 커진 경제 상황과 자산 규모에 비해 협소해진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각자의 심폭을 조금씩만이라도 확장해보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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