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페미니즘은 행복한 결혼의 필수요소죠"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펴낸 엄마 모임 '부너미' 인터뷰

"페미니즘, 민주주의의 한 방식

일상생활 속 '성 역할' 허물고

결혼을 행복한 연대로 이끌어"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저자들이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성경(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예송, 유보미, 은주, 아이린 /사진=권욱기자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2년 만인 2018년 11월 말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하며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을 둘러싼 수많은 화두를 던졌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이후 평범한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책을 내는 사례가 잇달았다.

최근 출간된 ‘페미니스트도 결혼 하나요?’도 그 중 하나이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부너미’ 멤버 10명이 결혼 이후에도 ‘나’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10명의 저자 중 부너미 대표인 이성경씨를 비롯해 유보미·아이린·은주·이예송씨를 지난 26일 인터뷰했다. 부너미는 아궁이 속의 작은 언덕을 의미하는 ‘부넘이’를 바꾼 말이다. 부넘이는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연기가 역류하는 걸 막고 아랫목을 데우는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역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이들은 “견고한 가부장제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내고 아이들에게 잘못된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저항의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학에서 여성학을 부전공한 은주 씨를 제외하면 직장, 결혼을 거치며 페미니즘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남성들이 많은 회사의 해외영업부에서 근무했어요. ‘나는 여성 경리 직원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연애를 시작하니까 회사에서 ‘해외 출장은 어떻게 가겠느냐’ ‘결혼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탐탁지 않아 했어요. 그 순간 회사에서 ‘그저 여자로 취급 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페미니즘을 자각하게 된 계기였죠.”(유보미)

“‘82년생 김지영’을 어렸을 때부터 온몸으로 체험했어요. 지하철 성추행은 10번도 넘게 당했죠. 그런데도 이런 문제들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 키우는 게 기쁨이라고 하잖아요. 그 기쁨을 남성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아이린)

“‘82년생 김지영’을 임신 전에 읽었을 때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임신 당시 새벽에 읽고는 오열했어요.”(이예송)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의 저자들이 26일 서울경제를 찾아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성경(뒷줄 오른쪽부터 시계뱡항으로), 아이린, 유보미, 은주, 이예송. /권욱기자


이 책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투고란에 게재됐던 글들을 2년간의 수많은 퇴고 끝에 나왔다. 이들은 글을 올렸을 당시 수많은 ‘악플’ 공세에 시달렸다고 한다. ‘남편에게 선언했다. 나 페미니스트야’라는 글에는 댓글이 1,212개나 달렸다. 그 중에서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나 일베야’라고 조롱하는 댓글에는 수많은 남성들이 호응했다. 또 ‘저런 여자들의 남편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라는 댓글에도 ‘좋아요’가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아이 가진 여성들을 남성들이 ‘맘충’이라고 비하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엄마들이, 며느리들이 이전과 달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게 솔직히 말해 꼴 보기 싫은 것 같아요. 요즘 엄마들은 남녀평등을 교육받았지만 결혼 이후에는 육아 등 가정일에 ‘독박’을 쓰게 되죠. 집에서 그냥 애 키우면서도 논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게 못 마땅하다는 것 같아요.”

이들은 육아 관련 정책이 여성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은주씨는 “육아 정책을 여성 중심으로 짜라는 것은 결국 육아는 여성들 의무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라며 “결국 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슈퍼우먼’이 되라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페미니즘은 행복한 결혼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편 입장에서도 ‘가장’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지니 결혼이라는 제도가 억압이 아닌 ‘행복한 연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저희 집은 제가 돈을 버는 ‘외벌이’에요. 저는 사회적 성취욕이 강한 대신 남편은 섬세해요. 전통적인 기준에 맞춰 역할이 서로 뒤바뀔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둘 다 오히려 더 행복해졌어요.”(아이린)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니 사회구조를 비롯해 현상을 보게 되더라고요. 저 스스로 더 당당해지고, 삶에 힘이 되는 것 같아요.”(이성경) “페미니즘은 민주주의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은 단역 배우고, 저는 일이 있을 때만 ‘알바’를 해요. 남편보다 제 일이 ‘가성비’가 더 높지만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형편은 어렵지만, 이렇게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것 같아서 행복해요.”(은주)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