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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그리움 한 스푼 새로움 두 스푼… 노포의 味學

 재개발로 이전해 장사하는 식당들

 위생·청결 등 조리환경 좋아지고

 몇대째 이어온 맛도 유지하며 인기

 맛 중요하지만 예스러움도 무시 못해

 손님들 "분위기 예전 같지 않다" 외면

 전통·현대 '절묘한 조화' 절실히 필요





서울 중구 명동의 유명 곰탕집 ‘하동관’은 유독 노인 고객이 많다. 오래된 단골을 자처하는 이들은 종업원에게 “특에 내포(특별 사이즈에 내장포함)” “통닭에 깍국(달걀 한 개에 깍두기 국물)” 같은 암호로 주문할 정도로 전문가다. 혼자 올 경우 합석은 당연하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문을 튼다. 하동관은 만화 ‘식객’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노포이다.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청계천 인근 수하동인데 이곳이 재개발사업으로 철거되면서 명동으로 옮기게 됐다. 식당을 이전했지만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고객은 드물다. 이전과 다른 분위기라면 일본 관광객이 훨씬 많아졌다는 정도다.

하동관에서 을지로를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평양냉면 전문점인 ‘을지면옥’이 나온다. 흰 간판에 투박하게 쓴 상호가 가게의 연식을 말해준다. 좁은 통로를 지나가면 식당 정문이 나오는데 심심한 육수의 평양냉면이 유명하다. 이 식당은 지난 1985년에 개업했는데 최근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에 포함돼 다른 곳으로 이전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을지면옥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서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이 보존 조치를 언급하자 세운지역 재개발은 심각하게 꼬여버렸다. 노포를 제외하고 개발하라는 지침이 나오자 개발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토지주들은 재산상 손실을 보게 됐다며 대거 반발하고 있다. 또 을지면옥보다 훨씬 오래된 60년 전통의 냉면 가게들은 이 일대에서 철거 수순을 밟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생겼다.

박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청진동 일대가 재개발된 뒤 가게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맛이 달라지지 않았나”고도 언급했다. 식당의 맛이 주변 경관·분위기에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다. 낡은 놋그릇, 손때 묻은 식탁 같은 정겨운 분위기가 식당 평가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새 건물로 옮기면 예전 분위기 같지 않아 요즘 말로 ‘갬성(감성) 돋지’ 않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하동관처럼 새 공간에서 여전히 단골과 맛의 경험을 공유하는 곳도 많다. 새로운 공간이 위생·청결 등 더 나은 음식 제조환경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동관은 오전7시부터 오후4시까지였던 영업 관행도 강남 분점에서는 변화를 줬다. 고객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영업시간을 오전10시부터 오후8시30분까지 한 것이다.

노포 역시 생활 패턴과 고객 선호도에 맞춰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변신을 꾀하는 노포와 전통을 고수하는 노포, 서울시장이 던진 화두에 세간의 설왕설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비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개발과 보존은 계속 대립돼왔던 이슈지만 세운상가에서 더욱 불거졌다”며 “전통도 보존하고 현대화도 꾀할 수 있는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을지면옥 전경./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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