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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토스가 말하는 혁신이 이런 것인가

신한금융그룹과 제3인터넷 전문은행 이른바 토스뱅크 설립을 추진해오던 비바리퍼블리카가 신한금융에 결별을 통보한 지 엿새 만인 25일 대안을 내놨다. 컨소시엄 참여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던 현대해상까지 컨소시엄에서 너른 자리를 차지했던 두 금융회사의 빈자리를 채우기로 한 것은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그리고 토스의 기존 주주인 해외 벤처캐피털 3곳.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 VC 3사가 9%씩 총 27%의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토스는 최대 주주인 자사 지분율을 기존 34%에서 67%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대주주와 우호 지분이 94%에 달해 견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차치하고도 과연 토스가 장기적인 비전으로 접근해야 할 은행업에 발을 들여 놓을만한 적격 플레이어가 맞느냐는 질문에 물음표가 남는 이유는 지난 엿새간의 행보, 그리고 이날의 발 빠른 대응 때문이다.

신한에 일방적인 결별 통보 후 토스가 보여준 후속 대응은 혁신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토스는 신한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이 오기 전 컨소시엄 주주사들에 일괄 이메일을 보내 “신한금융 없는 플랜B를 가동한다”고 통보했다. 인가 신청을 겨우 닷새 남겨놓은 시기, 이승건 토스 대표가 신한에 제3 인터넷은행 추진을 제안한 지 약 한 달 반만이었다. 대다수 주주사들은 토스의 일방적인 통보에 동요했다. 이 때까지도 상당수 참가사들은 ‘플랜B’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토스가 이미 신한·현대해상의 대타로 VC들과 이야기를 마쳤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컨소시엄 내에서 불신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토스의 요청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마저도 일부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알다시피 베일을 열어저친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주주 구성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크게 달라졌다. 토스의 스타트업 정신을 체화하고 혁신 동력을 얻으려 했던 기존 기업들은 간판 노릇만 하다가 결국 VC에 자리를 내줬다. 이 변화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결국 인가전에서 발을 뺀 한 기업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마디만 하겠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업의 방향성부터 주주 구성까지 전략적 투자자(FI)로 참여한 신한에마저 양보 없는 독주를 고집했던 이 대표에 대한 일갈이었다.



혁신금융의 포장지를 덧대도 제3 인터넷 전문은행의 본질은 은행이다. 금융소비자들의 안전이 걸려 있고 국가 경제의 기간산업으로서 국민 생활은 물론 경제 시스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융과 신뢰, 책임이라는 단어가 늘 동행하는 이유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과연 혁신이란 무엇일까. 혁신금융이란 무엇일까. 기존 산업을 지탱해온 모든 플레이어들을 시대의 흐름 속에 퇴거해야 할 잔재, 악으로 치부하는 것이 혁신일까. 이런 의미의 ‘혁신’을 간판으로 내건 독주라면 과연 혁신금융이 기존 금융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토스뱅크의 완주가 혼자 달리기가 아닌 함께 달리기이길 바랐던 이유다.
/금융부=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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